▲‘CES 2022’ SK 전시관 ‘그린 애비뉴(Green Avenue)’ 구역 중 청정(Clean) 섹션을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2’ 전시장 LVCC(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에 마련된 SK 전시관을 찾은 소감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IT 전자기기로 도배되다시피 해왔던 전시장에 나무라니, 그것도 모자라 전체를 모두 숲으로 꾸민다니. 처음엔 솔직히 ‘과연 잘 어울릴까’ 싶기도 했습니다.
앞선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SK 전시관 입구에 보이는 ‘그린 애비뉴'(Green Avenue)는 밖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을 잘 나타냈습니다. 온통 초록빛으로 둘러싸인 입구가 퍽 인상적이었고 확실히 다른 전시관들과는 다른 새로운 컨셉은 사람들 발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린 애비뉴를 지나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에 들어서면 대부분 탄성부터 자아냅니다. 직접 가보지 않고는 상상치 못할 경험을 선사한 곳이라 어떤 말로 표현해도 잘 전달이 되지 않을 듯합니다.
우선 중앙에 ‘딱 봐도 생명수처럼 생긴’ 커다랗고 신비로운 나무를 중심으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사방에 입체적 영상 메시지가 투영됩니다. 탄소감축을 통해 숲과 지구를 회복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SK의 선언, 즉 매니페스토(Manifesto)를 영상화한 것인데 빗방울과 나뭇잎, 산불과 사막, 다시 회복되는 새싹과 자연, 울창하고 아름답게 살아난 숲으로 이어지는 영상을 지켜보노라면 웅장한 마음마저 듭니다. 어느 누구라도 SK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알 수 있을 겁니다. SK는 이번에 ‘탄소 없는 삶, 그 길을 당신과 함께 걸어갈 동반자 SK’를 전시 주제로 삼았습니다.
▲‘CES 2022’ SK 전시관의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구역 전경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CES에서 주목할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지속가능성을 꼽았습니다. 기후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기술 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백 마디 말보다도 SK는 전시관 자체로 그 의미와 의지를 가장 잘 전달한 듯합니다.
학계에 따르면 십수 년 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사회에 책임지는 연구와 혁신'(Responsible Research and Innovation·RRI)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기술이 발전하면 사회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기술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업은 당연히 영리 추구가 기본 목적이지만 ‘RRI’에 따르면 항상 최우선순위에 놓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려는 최근 산업계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도 ‘제4차 산업혁명: 더 넥스트’라는 저서에서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술 중심 변화를 나타내는 개념이 아닌 그 이상”이라며 “강력하고 새로우며 융합된 기술들이 어떻게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지를 논의하고 기술 리더, 정책 결정자부터 모든 소득 계층과 국가, 시민까지 전 계층에 도움이 되는 방법에 대한 여론을 형성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대표 정유 기업이었던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단 6%'(2021년 1분기 매출 기준) 비중에 해당되는 그린 사업, 즉 배터리에 미래를 걸고 탈 정유 여정을 시작한 결정은 앞으로도 곱씹어볼 부분이 큰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SK가 이번 전시관을 꾸미면서도 발길이 가장 먼저 닿는 첫 번째 위치에 ‘전기차 배터리’를 선보인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SK온의 기술력이 집약된 NCM9 고성능 배터리를 가장 첫 번째 영역에 두었고 분리막, 동박, 윤활유와 같은 전기차 핵심 부품이나 제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이밖에 SK온이 빅데이터와 AI 기반으로 개발한 사용자 배터리 분석 솔루션, 배터리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모든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한 탄소감축 계획 등도 고개를 끄덕이며 보게 됩니다. SK그룹과 SK이노베이션이 나아가야 할 방향, 즉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어서입니다.
마지막 전시 구역은 ‘내일로 가는 발걸음 (Walk to Tomorrow)’인데요 이 곳은 환경을 살리기 위한 약속과 기부를 통해 깨끗한 미래를 만드는 SK의 넷제로(Net Zero) 활동에 개인별로 동참하고 확인하는 공간입니다. 전시관을 둘러보며 작은 ‘미션’을 수행하면 다양한 선물도 준비돼 있어 더욱 기억에 남았습니다. (TMI로 저는 에코백에 당첨됐습니다!)
참,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구역은 인등산을 모티프로 했다고 합니다. 고(故) 최종현 SK 회장이 벌거숭이 산을 사들여 당시 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30년 뒤 자라면 목재를 생산해 장학사업을 위한 종잣돈으로 삼겠다고 했다던 일화가 깃든 곳입니다. 실제로 재단 설립과 인재 양성으로 이어졌습니다.
배터리를 포함해 수소, 폐플라스틱,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친환경 반도체 등 SK가 이제 막 키우기로 약속한 이 사업들이 먼 미래 사회를 위한 재목들이 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