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다, CES 2020
2020.01.22 | SKinno News

 

 

2018년 여름, 북미국제오토쇼 조직위는 1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 오토쇼 중 하나인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올해부터 6월에 열기로 전격 결정했습니다. 오토쇼를 6월에 하면 악명 높은 디트로이트 추위 때문에 1월에는 하지 못했던 야외 전시나 차량 시승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벤트가 더해질 수 있다는 배경 설명도 이어졌는데요. 하지만 정말 이런 이유에서였을까요?

 

디트로이트 오토쇼가 열리기 바로 직전인 1월 첫째 화요일부터 4일간 15만 명이 넘은 관람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전시회가 라스베가스에서 열립니다. 바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죠.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선보일 것으로 기대됐던, 내로라할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미래형 자동차와 비전 발표가 CES에서 발표됩니다. 북미국제오토쇼 조직위의 디트로이트 오토쇼 일정 변경을 이런 이유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이유입니다. 사실상 CES가 오토쇼로서의 명성도 함께 가져갔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01 |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 CES 2020

 

저 역시 CES 2020에 참가하며, 세계 최대의 가전박람회인 CES가 이제는 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아니라 세계 최대의 모터쇼 Car Exhibition Show로 느껴졌습니다. 신차 공개 등에 집중하는 모터쇼와는 다르게 자동차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들은 본인만의 미래 기술력, 또는 기업의 청사진을 마음껏 뽐내는 자리로 CES를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작년에 개최한 CES 2019에도 참여했었는데요. 올해 CES는 지난 CES보다는 큰 이슈가 되는 기술 공개가 없어서 아쉬웠다는 평이 있었지만, 각 기업들이 꿈꿨던 미래 기술이 조금씩 현실화되는 것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 CES의 경우 자율주행, 5G 등의 표준화 싸움이 활발하게 일어났기에, 어떻게든 기술우위를 뽐내고자 했지만, 이제는 표준화가 어느 정도 현실화된 상황 안에서 OEM들의 전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업계는 상품 자체에 집중하거나 모빌리티 전략, 나아가 스마트 시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상품에 집중한 것으로 보이는 다임러(Daimler AG)는 인간-자연과 연결된 기술을 상징하는 아바타에서 영감을 받은 미래형 차량을 전시하였는데, 모빌리티에 집중하는 타 브랜드 대비 차별화되고 다임러만의 상품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 토요타(Toyota),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는 자율 주행이 구현된다는 전제하에 모빌리티 생태계를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토요타의 경우 작년에 공개한 e팔레트에서 한 단계 발전한 우븐시티를 공개하였는데, ‘이동’과 ‘생활’이라는 소비자 경험을 제대로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대자동차는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라는 방법을 통해서 e팔레트와는 다른 방법으로 차별화된 방법을 보여줬는데, Hub와 PBV를 통해서 그 이름에 걸맞게 유기적으로 목적에 맞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모빌리티를 제안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 좌측 상단 첫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다임러 메르세데스 벤츠의 비전 AVTR, 현대자동차의 PBV, 혼다의 Civic Lightweight, 벨의 Flying Taxi, 토요타의 Woven City *

(*) 사진 출처 : (좌측 상단)메르세데스 벤츠 공식 홈페이지, (우측 상단)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

 

결론적으로 CES 2020에서 모빌리티 업체들은 기존 단순 이동 형태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한 단계 발전된 형태의 ‘모빌리티’의 비전을 보여주고자 노력하였고, 그걸 통해 향후 스마트시티의 청사진을 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자동차 OEM은 단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이동에 대한 가치를 재정의하고 소비자와 경험의 결합을 통해 미래를 주도하는 모습이 멋지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모빌리티 혹은 미래형 자동차의 Tool이 ‘전동화’로 귀결됨을 알 수 있었으며, 미래에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배터리가 핵심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 포드의 Digit **

(**) 사진 출처 : 포드 뉴스룸

 

전동화에 한발 늦은 포드(Ford Motor Company)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iat Chrysler Automobiles, FCA)도 전기차 전시에 열을 올렸고, 미국의 상징이었던 픽업도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상상을 확신으로 바꿔주는 경험이었습니다. 자동차가 ‘단순 탈 것’을 넘어, 이제는 스마트폰처럼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미래의 모빌리티가 전기차가 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어떻게 구현되어 우리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가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02 | 업의 붕괴, 새로운 파괴적 혁신

 

모빌리티 산업의 활약 외에도, ‘CES 2020’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업역의 붕괴’였던 것 같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주로 모여있는 North hall에 아마존(Amazon)이 인공지능인 알렉사를 탑재한 전기차 리비안 트럭과 모빌리티 시스템 등을 선보였고,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주로 전시 부스를 차린 Central hall에서도 모빌리티 기술은 자주 눈에 띄었는데요.

 

▲ (좌)소니의 전기차 비전-S, (우)삼성전자의 디지털 콕핏 2020 ***

(***) 사진 출처 : (좌)소니 공식 홈페이지, (우)삼성전자 뉴스룸

 

삼성과 LG로 대표되는 전자업계는 역시나 화려함과 규모로 타 부스를 압도하였지만,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를 활용하여 홈 어플라이언스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차량과의 연결성을 한 축으로 잡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삼성전자의 디지털 콕핏 2020, 소니(Sony Corporation)의 전기차 비전-S, 보쉬(Bosch)의 AI 기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등은 가전업체들이 본업을 뛰어넘어 모빌리티 전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03 | 모빌리티의 모든 것, 그리고 SK Inside

 

이렇듯 모빌리티 부문은 끊임없이 변화,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산업의 경계 없이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자연스러운 단어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어떻게 발현될지 모르는 모빌리티 시장이지만, 미래 모빌리티 산업계는 어떤 사업보다 치열한 격전지가 될 것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엔진기술의 최강이었던 글로벌 최대의 자동차 부품사인 보쉬(Bosch)마저 어느새 전동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변화를 눈 앞에서 보며, 배터리 사업이라는 과감한 도전을 한 SK이노베이션의 Deep change 2.0이 이 곳에서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CES 2020에서 배터리뿐만 아니라 SK루브리컨츠의 전기차용 윤활유, SK종합화학의 초경량소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Flexible Cover Window등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모두 완성형으로서 모빌리티 사용자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전체를 이루는 핵심들이라는 의미에서 ‘SK Inside’라는 컨셉을 발표했습니다.

 

▲ CES 2020에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가 함께 선보인 SK부스

 

웅장한 CES 현장에서 SK Inside의 외형은 어찌 보면 부스 크기만큼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융합’이라는 키워드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또한 SK Inside였다고 생각했습니다. SK Inside를 구성하는 수많은 기술과 서비스는 이동의 공간과 비지니스의 융합으로 대변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완벽함을 만들어 가는 시작점이자 핵심을 구성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 SK이노베이션이 CES 2020에서 선보인 (좌)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진화(Evolution for Future Mobility), (우)디오라마 E-모빌리티의 시대(The age of E-Mobility)

 

SK 부스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LED화면에는 인체해부도 같은 영상이 송출되며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립니다. 심장이 뛰면 LED판넬 앞의 목업 전기자동차에 배터리 모습이 형상화되면서 함께 뛰기 시작하죠. 이윽고 사람의 몸에 피가 돌기 시작하고 목업 자동차는 작동을 시작합니다. 이렇듯 모든 모빌리티는 사람처럼 심장이 있고 뼈대가 있고 지능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SK Inside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융합의 한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그 때 느꼈던 심장의 박동 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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