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원유 구매 헷지(Hedge)를 통해 수익 변동을 최소화하고 배터리 실적을 구분 공개하는 등 사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을 걷어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가, 정제마진 등의 외생변수를 줄이는 동시에, 이해관계자들과 더욱 투명하게 소통해 국내 대표 에너지∙화학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월 31일, 2018년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총 2조 1,20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대비 34.2% 감소한 수치로, 특히 석유사업의 4분기 영업이익은 재고평가 손실, 정제마진 하락 등으로 전 분기 대비 9,624억 원 감소해 5,54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은 유가 변동에 따른 손익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시행한 원유 구매 헷지(Hedge)로 6,556억 원의 영업외이익을 시현해 석유사업의 부진을 만회했다.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SK이노베이션 이명영 재무본부장은 “원유제품 트레이딩을 통해 일부 물량에 대해 헷지를 시행 중”이라며 “4분기에 반영된 헷지 수익은 9월 유가인 배럴당 70달러를 상단일 것으로 판단해, 이익 확보 목적으로 파생해 둔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4분기 유가 하락을 예측하고 유가 하락 시 유리한 파생 상품 거래로 더 큰 손실을 막았다고 설명한 것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이 헷지를 시행한 9월 이후, 국제유가는 최근 가장 높았던 10월 평균 79.39달러를 기록한 뒤 연말까지 57.32달러까지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정확한 유가 전망을 통해 통제 불가능한 외생 변수를 줄이고 불확실성을 걷어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명영 재무본부장은 “앞으로도 파생 관련 상품 거래가 있을 것이나 통상의 헷지 수준에서 시행할 것”이라고 밝히며 앞으로도 수익 창출 목적이 아닌 손실 방지를 위한 파생 상품 거래를 시행할 것을 명확히 했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지난 실적발표에서 사상 최초로 배터리사업 실적을 구분 공시해 눈길을 끌었다. 선제적으로 대형배터리 사업의 세부 실적을 공개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이 업계 최초다.
수주 증대에 따른 투자 집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공시를 통해 이해관계자들과 투명하게 소통하는 등 배터리 사업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배터리사업의 시장성, 투자 규모, 글로벌 성장 기대감 등을 감안했을 때,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이 핵심 신성장 동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윤형조 Battery사업지원실장은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2019년은 준비하는 기간으로 연구개발, 인력확충 등 지속적으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영업이익 측면에서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2020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시장 고속성장이 가속화되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손익분기점 달성 또한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대량 발주에 따라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코발트 등 원자재가격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증권 강동진 연구원은 지난 2월 1일 자 보고서에서 “최근 전기차(EV) 배터리 시장은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일부 업체들로 과점화되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이 후발주자임에도 중장기 실적 개선 및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