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에는 찜닭과 감자탕을 좋아하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스러운 인도 출신 수지드 스데반(Sujith Sudevan) Polymer중합기술Lab장이 있다.
2004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뒤, 2008년에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 촉매연구원으로 입사한 수지드 스데반 Lab장은 입사 10년 차인 올해 Polymer중합기술연구팀을 이끄는 리더로 임명됐다. 고부가 화학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열정은 물론, 한국에 대한 사랑도 넘치는 수지드 스데반 Lab장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본다.
– 인도 마하트마 간디 대학교(Mahatma Gandhi University)에서 석사 학위 과정을 받는 중에, 박사 학위는 해외에서 취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공인 화학(촉매/중합) 분야 연구 중 아주대학교 이분열 교수의 논문을 읽게 되었는데, 무척 감명을 받았죠. 이 교수님과 이메일 연락을 주고받은 끝에, 이 교수님의 실험실에 들어가게 되어 2004년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 Polymer중합기술Lab은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제품의 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개선방안을 연구하는 Lab이에요. 최근 고부가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플라스틱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자 올해(2018년) Polymer 기술Lab에서 분할 후 신설된 팀이죠.
– 조금 더 자세히 말씀 드리면, 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고분자의 중합(重合)*을 연구하는 부서로, 고분자 중합을 촉진하는 촉매에 대한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중합변수에 대한 최적조건 연구와 고분자 물성조절 방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실험하고 있어요. PE와 PP, EPDM고무와 같은 제품의 생산성 증대를 위한 방안을 도출해 공장에 적용하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죠.
*중합(重合): 하나의 화합물이 2개 이상의 분자가 결합해서 다른 화합물이 되는 것
– Polymer중합기술Lab은 올해 새롭게 생긴 팀이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에 ‘꼭 필요한 조직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올해 가장 큰 목표였어요. Polymer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망한 사업 중 하나였고, 팀원 모두가 전문 기술과 에너지를 가졌기 때문에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웃음).
– 아직 1년이 채 안 된 신규 팀이지만 지금과 같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한다면,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의 대표 Solution Provider로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 제 생각보다 빨리 오지 않을까요?
– 석·박사 시절, 폴리올레핀 촉매와 중합연구,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하여 고분자를 제조하는 중합 연구를 중점적으로 했어요. 이때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한 고분자 제조 기술 성능을 높여 특허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SK이노베이션에 입사하게 되었고, 이후 그린폴 프로젝트 및 폴리올레핀 중합과 신규 M&A 사업의 중합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 SK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개방성’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인인 제가 주저 않고 SK이노베이션을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SK이노베이션은 “한국어를 잘해야만 입사가 가능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있는 외국인이라면 들어와라, 회사에서 한국어 교육 과정은 지원해주겠다”라고 이야기해요. 실제로 제도적인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준 것은 물론,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도 언어적, 문화적 측면에 있어서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어요.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SK이노베이션의 약점을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없습니다”입니다. (웃음)
– 사실 화학 연구를 하면서는 영어만 사용해도 한계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부담 없이 한국 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죠. 그렇게 5년 정도 생활하다 보니, 한국어 리스닝(listening)은 어렵지 않게 하게 되더라고요. SK이노베이션 입사 후, 팀장님께서 한국어를 제대로 배운다면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한국어 교육 수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어서 현재와 같은 실력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 팀원들이 편하게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할 말하는 문화’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비단 팀원과 팀장 사이뿐 아니라, 임원들과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에요. 모든 이슈에 대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어야지만 기존의 문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 더 나아가, 팀원 역량 개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에요. 팀원들 개개인이 업무 실력을 갖춰야지만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으며, 개인의 성장이 팀의 시너지로 이어질 것이니까요.
올해 신임 팀장이자 외국인 팀장이라는 새로운 위치에서 신규 팀을 담당하며, 매 순간이 ‘이벤트’ 같았다고 담담히 밝힌 수지드 수데반 Lab장. 그는 올 한 해에 예상치 못한 어려운 순간도 많았지만, 팀원들과 함께 헤쳐나가며 결국에는 모두 기쁜 순간들로 마무리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회사 내/외부에선 언제나 손꼽히는 전문가지만, 아직 팀장으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겸손을 보이는 수지드 스데반 Lab장. 한국, 그리고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수지드 스데반 Lab장의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