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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란 없다, 도전과 패기의 아이콘 – 제주유나이티드FC 구자철 선수
2023.04.27 | SKinno News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자, 대한민국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일등 공신인 구자철 선수. 지난해에는 베테랑 축구 선수로서의 경험을 살려 카타르월드컵의 해설위원으로도 멋지게 활약하기도 했다. 또한 K리그와 제주유나이티드FC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해외 진출 11년 만인 2022년, 고향 팀인 제주유나이티드FC로의 복귀를 선언하며 국내 축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밝은 미소와 긍정적인 마인드, 꺾이지 않는 패기로 그라운드 안팎을 종횡무진 누비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구자철 선수를 만나보자.

 

 

Q1. 축구 인생 가운데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꼽자면?

 

2012 런던올림픽이죠.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준결승전을 치르기도 했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기 때문인데요. (당시 첫 골은 박주영 선수가, 승리의 쐐기 골은 주장이었던 구자철 선수가 후반 11분에 득점) 동메달을 받으러 시상대에 올라갈 때, 그 장면이 잊히지 않아요. 너무 특별했어요. TV를 보면 메달 시상대 위에서 선수들이 부둥켜안거나 울기도 하잖아요. 그 마음이 이해되더라고요. 애국가가 연주되진 못했지만, 딱 세 개만 걸릴 수 있는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가 걸려있는 걸 보면서 마음이 굉장히 웅장해졌어요. 그 당시 웸블리 스타디움에 거의 10만명의 관중이 들어와 있었는데, 그 환호성 속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 때의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Q2. 선수 생활 중 한계를 느꼈던 순간이 있나요? 그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지난 2007년, 열여덟 살에 제주유나이티드FC에 오게 됐습니다. 우연이었는데요. 고등학교 3학년, 졸업을 앞두고 다른 친구들과 달리 저는 어디로 진학해야 할지 결정이 나지 않았어요. 물론 축구를 포기할 마음은 없었는데,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 같았습니다. 그때 고교 마지막 대회로 제주도에서 열리는 ‘백록기’에 참가했고, 우연히 제주 정해성 감독님 눈에 띄어 제주유나이티드FC에 입단 제의를 받았습니다. 축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이게 마지막인가?’ 싶은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저를 데려가 주셔서, 입단 이후 아무것도 안 하고 축구만 했어요. 그때 노력을 아주 많이 했습니다. 첫해부터 1군 경기를 네다섯 개 연달아 뛰었어요. 아마추어에서 갓 프로가 된 선수가 이런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을까 싶은 일정 속에서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했고, 그때 좌절을 느낄 만큼 아주 힘들었어요. 그래도 황금 같은 기회였기 때문에 목표를 이루고자 열심히 했고, 1년 만에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1년 뒤 국가대표로 발탁)

 

저 스스로가 부족하고 아직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느낄 때 하는 생각은 딱 하나예요. ‘노력, 될 때까지 계속하자’, ‘실패에 익숙해지지 말자. 성공의 깨달음에 익숙해지자. 그러려면 될 때까지 해야 한다.’ 어떤 목표를 이루는 방법은 수천, 수만 가지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뭔가를 하고자 할 때 ‘아, 이래서 안 되는구나’보다 ‘아, 이래서 되는구나’ 하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해요. 더 좋은 방법,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Q3. 남들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는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불안할 때가 있습니다. 구자철 선수도 그런 적이 있었나요?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키가 145cm였는데, 고등학교 졸업할 때는 181cm였어요. 키가 급격히 자라느라 체력이 좀 약했습니다. 운동장을 죽어라 뛰어도 다른 친구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어요. 밤낮으로 줄넘기를 하고, 타이어를 끌고, 잠을 푹 자고, 많이 먹고 해도 친구들과 같은 스피드로 뛴다는 게 제겐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몸살이 심하게 와서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제가 빈혈이 심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철분 약을 먹게 됐는데 한두 달 만에 친구들만큼 뛸 수 있게 체력이 올라왔어요. 철분이 부족했던 거였죠. 그 이후에 고교 백록기에 출전했고, 제주유나이티드FC로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게, 내가 제어하지 못하는 일들도 있다는 거였어요. 이유를 모르니 그저 저의 한계라고만 생각했죠. 제 자신에게 고마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껴지면 그만두고 싶어지고, 그걸 핑계 삼으려고 하잖아요. 하지만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면 그 대가는 언젠가 반드시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꼭 이뤄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될 때까지 해야죠. 참 원초적인 답변이지만 노력 없이 이뤄지는 건 없어요. 당연히 좋은 환경이나 좋은 팀원, 리더를 만나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만, 먼저 자신의 한계에도 포기하지 않아야 하고, 주변의 상황을 핑계 삼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제 신념이에요.

 

Q4. 나에게 힘이 되는 좌우명, 혹은 슬로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보다 더 열정적이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엔 항상 ‘단 한 번뿐인 인생, 절대 후회하지 말자’라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조금 달라졌어요. 걱정과 두려움은 다가올 미래를 불안해하기 때문이고, 후회는 지나간 과거에 미련을 가져서 생기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현재에 집중하자!’ 일어나지도 않을 일 때문에 먼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5. 카타르월드컵에서 패기 있게 해설위원에 도전하셨는데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셨고, 느낀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라운드 밖에서라도 선수들과 함께하고자 해설에 도전했어요. 선수로 참여할 순 없어도, 제가 두 번의 월드컵을 경험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전해주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선수들이 국민들에게 더 큰 지지를 받으며 경기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의 마음과 고민, 노력을 대신 전해주는 것이 선배로서 제가 해줄 수 있는 지원이라고 생각했고, 선후배가 하나되는 월드컵을 만들기 위해 작지만 그 역할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해설하면서 후배들이 뛰는 경기를 보니까, 너무나 간절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그런 감정을 얼마나 느껴볼 수 있을까요? 그 마음들이 모여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고, 선수들과 카타르월드컵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6. 지난해 제주유나이티드FC로 11년만에 복귀하셨습니다. 복귀를 결정할 만큼 이 팀이 가진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가족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요. 사람 냄새나는 곳. 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정들고 그곳을 항상 그리워하면서 돌아가고 싶어하잖아요. 저에게는 제주유나이티드FC가 그런 곳이에요. 집이자 고향과 같은 곳이기 때문에 제가 출가해 해외에서 12년 동안 꿈을 펼치고 다시 돌아오게 됐죠. 제주유나이티드FC의 안정적인 클럽(구단) 분위기 덕분에 선수들 기량도 좋아지고, 더 좋은 결과를 향해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7. 마지막으로, 구자철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많이 응원해 주시고요. 제주유나이티드FC를 더 많이 응원하고 사랑해 주세요. 그러면 선수들은 제주유나이티드FC의 주인공인 팬분들께 더 큰 기쁨을 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 기쁨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올 시즌, 한 해가 되면 매우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 선수에서 프로 선수가 되고, 국가대표로 선발되거나 팀의 주장이 되는 등 제가 성장할수록 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서로를 향한 위로가 필요한 것 같아요. 위로를 통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위치가 얼마나 감사한지 한 번 더 깨달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과 제가 2023년 지금 이 자리, 현재의 행복을 더 많이 느껴서 2023년 한 해의 행복은 그 여느 때보다 더 컸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고,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 콘텐츠는 Magazine SK의 기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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