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캐’는 회사원, ‘부캐’는 작가 – 일러스트 에세이집 출간한 SK에너지 우은형 사원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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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캐’를 넘어 ‘부캐’의 시대가 유행인 요즘, SK에너지에도 부캐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구성원이 있다. 최근 <기억을 걷는 시간>을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한 SK에너지 Retail/기획운영그룹의 우은형 사원. 부캐인 작가로서 우은형 사원의 첫 작품인 <기억을 걷는 시간>은 태어나서 현재까지 살고 있는 동네를 거닐며 쌓았던 소소한 기억들을 직접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일러스트 에세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기예찬’에서 “걷는 사람은 자기자신의 내면의 길을 더듬어 간다”라고 했다. 그녀의 동네 산책은 마음 속으로의 여행이다. ’잊고 있었던 기억을 찾아 떠나는 어느 동네 산책가의 추억 기록장’이라는 부제처럼 책을 펼치고 있노라면 그 시절 나의 모습이 책 속의 글과 그림에 오롯이 포개짐을 느낀다. 우은형 작가가 생각하는 삶의 행복과 즐거움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오토바이의 배달바구니 속에서,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내버스 여행에서 삶의 행복을 떠올리는 그녀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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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작가로서 첫 출간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네, 반갑습니다. 저는 2004년 7월, SK에너지에 입사해 엔크린닷컴 운영, CS업무 등을 거쳐 지난 2017년부터 Retail/기획운영그룹에서 이마켓 시스템 관리(기획/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Retail사업부는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유류 판매 관련 전반적인 시장 전략 기획과 운영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그 중 저는 판매·운영 업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이마켓’을 기획/운영하고 있어요.

 

이마켓은 전국의 SK주유소와 충전소가 SK에너지로부터 유류를 주문할 수 있는 기능과 함께 영업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SK주유소/충전소를 관리하는 담당 판매원이 효율적으로 거래처를 관리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관리, 신용관리, 시설지원, 계약서 관리 등을 One-stop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판매 업무 지원 프로그램으로써 구성원들이 효율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저는 이마켓의 PM(Project Manager) 역할을 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시스템 이용을 하면서 불편함이 없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VOC(Voice of Customer)를 수집해 시스템 운영팀과 오류를 개선하는 일을 기획하는 업무 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2. 이번 에세이집 <기억을 걷는 시간>을 소개해 주신다면? 그리고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A> <기억을 걷는 시간>은 제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저의 동네를 거닐며 쌓아왔던 소소한 기억들을 바탕으로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 에세이집입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행동에 제약을 받고, 무력감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평소 해외여행이나 바깥 활동을 유달리 좋아했던 저 역시 그 동안 아무렇지 않게 누려왔던 취미생활들을 못 하게 되면서 우울감이 좀 심했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그나마 할 수 있었던 건, ‘동네 걷기’였어요. 동네를 걸으면서 그간 걸었던 장소마다 잊고 있었던 따뜻한 추억들이 많았어요. 이러한 부분들이 저한테 위로가 많이 됐고, 저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어요.

 

원래 제 SNS에 동네에 대한 사진과 글을 자주 올리고는 했었는데요. 그런 짧은 글 말고 마음 속에 떠올랐던 생각들을 책으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서울처럼 변화가 빠른 도시에서 이사없이 한 동네에서 쭉 지내 온 경험은 오히려 요즘 같은 때에는 더욱 특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지체없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코로나19 덕분에 강력한 몰입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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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에너지 Retail/기획운영그룹의 우은형 사원이 첫 출간한 일러스트 에세이집 <기억을 걷는 시간>

 

Q3. 에세이집을 제작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A> 제 책은 기성 출판사를 통한 출판이 아닌 독립 출판 형태로 낸 것인데요. 독립 출판이 다소 생소하신 분들이 있을 것 같아 간단히 설명을 드릴게요. 기성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은 보통 작가가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뒤 콘텐츠를 준비해 전달하면 출판사에서 제작, 편집, 유통, 홍보 등의 모든 과정을 알아서 해줍니다. 대형 오프라인 서점과 유명 온라인 서점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책이 그런 것이죠. 특히,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는 책들은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이라고 알려진 고유 제품 바코드를 받아 유통돼 국립중앙도서관에 정식 책으로 입고가 가능합니다.

 

독립 출판은 이 모든 제작, 유통 과정을 제작자가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점이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출판사의 개입 없이 주제나 판형 측면에서 작가의 개성과 의견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초보 작가인 사람들과 계약을 해 줄 출판사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 중 하나거든요. 출판사들은 많은 작가지망생의 투고 메일을 하루에도 몇 백 통씩 받으니까요. 다행히 요즘에는 독립 출판물만을 취급하는 서점들이 전국에 다양하게 있고, 이를 좋아하고 즐겨 찾는 독자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습니다. 또한, 펀딩 사이트 등을 통해 1인 창작자가 제작/유통할 수 있는 환경도 옛날보다 잘 조성되어 있기도 하고요. 저는 이러한 이점들을 고려해 독립 출판으로 책을 내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부터 글쓰기, 삽화 그리기, 표지 만들기, 그리고 교정 및 교열과 유통, 마케팅 등까지 혼자서 결정해야 하는 것들로 인해 사실 벅찬 부분도 많았어요. 그래도 제 것을 만들어 나간다는 마음이 컸고, 그런 데서 희열감이 느껴져 포기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4. 에세이 내용 중 ‘최애’ 에피소드를 꼽자면?

 

A> ‘배달바구니에는 딸들을 싣고’라는 파트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부모님께서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식당 일을 하고 계신데요. 아버지가 오토바이를 타고 주변의 회사나 기관, 식당 등에 음식 배달을 하셨거든요. 그래서 늘 오토바이에 큰 배달 바구니가 달려 있었는데 어릴 때 그 바구니에 저를 많이 태워 주셨어요.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재미있었던 추억입니다. 지금은 아버지가 다리가 많이 불편하시고 나이도 드셔서 전동휠체어가 없으면 사실 거동하시기가 어려운 상태예요. 그래서 그때를 생각하면 건강했던 아버지가 그리워요. 그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가 ‘배달바구니에는 딸들을 싣고’라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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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은형 사원이 본인의 책 <기억을 걷는 시간> 중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인 ‘배달 바구니에는 딸들을 싣고’

 

Q5. 작가의 꿈은 언제부터 꾸셨나요?

 

A> 책에도 썼지만 어려서부터 글과 그림을 좋아했어요. 저는 부모님의 일터인 식당에서 부모님께서 퇴근하실 때까지 머무르는 일들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긴 시간 동안 손님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식당 한 켠에서 책을 읽는다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혼자 조용히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는 제 삶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어요. 그렇지만 결코 제가 남들보다 글을 더 잘 쓴다거나,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사실 이번에 만들게 된 책도 ‘작가가 돼야지’라는 거창한 마음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저 글과 그림을 좋아하는 아주 작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살면서 한 번쯤 제 책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어 왔지만, 이렇게나 빨리 이루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쫓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6.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SK이노베이션 계열의 기업 문화가 작가라는 ‘부캐’ 형성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요?

 

A> 우리 회사는 일찍부터 유연근무제를 시작했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구성원들의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늘 새로운 문화 제도들을 도입하며 워라밸 문화를 선도적으로 만들어 왔어요. 그런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건 굉장히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워라밸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회사 덕분에 업무를 끝내고 난 퇴근 이후의 시간을 온전히 저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삶은 비단 저뿐 아니라 회사 내에 많은 구성원들이 누리고 있었어요. 1년에 한두 번씩 해외여행으로 견문을 넓히는 것은 정말 기본이었고요. 운동으로 자신의 건강을 꾸준히 챙기는 모습,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특별한 취미들을 가진 주변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제 주변에서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선/후배, 동료들의 모습들은 제게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그것은 지금까지도 제가 항상 멈추지 않고 제 자신을 계발해 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제도적인 차원에서 ‘환경’을 조성해 준 회사, 그 안에서 끊임없이 워라밸 문화를 만들어간 ‘사람들’이 있었기에 저의 부캐도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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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 오피스로 바뀐 SK서린사옥에서 독서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기고 있는 우은형 사원

 

Q7.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지난해 회사가 공유 오피스로 바뀌면서 업무 공간을 비롯해 휴게 공간 등 많은 곳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달라진 공간을 누비면서 새로운 영감도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구성원들을 위해 이렇게 멋진 공간을 만들어 준 회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런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더 큰 에너지가 생기게 되는데요. 제게 가득한 새로운 에너지와 ‘부캐’로 얻는 활력을 ‘본캐’와 잘 나눠 쓰도록 하겠습니다. <기억을 걷는 시간> 2권도 기대해주세요.

 


 

다비드 르 브르통은 키에르케고르가 제테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걸으면서 나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을 얻게 되었다”라고 썼다고 밝힌다. 그녀의 산책은 아마 그런 시간들이었으리라. 본캐를 뛰어넘어 부캐에 도전하며 또 다른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고 있는 SK에너지 우은형 사원의 아름다운 행보를 응원한다.

 

글 | SKinn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