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기다리는 청춘도 파도에 올라탄 청춘도
지금 이 순간, 파도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SK에너지 No.2 FCC* 생산3팀 김붕헌 선임대리는 올해 여름을 이 맹목적인 청춘들을 기록하면서 보냈다. 지난 11월, 마침내 그가 기록한 순간들이 ‘끝나지 않은 여름’이라는 이름을 단 한 편의 개인전이 되었다.
(*)FCC, Fluid Catalytic Cracking unit : 유동상촉매분해설비
2006년, 김붕헌 선임대리는 필름 카메라인 니콘 FM2를 처음 손에 쥐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집 안에 암실을 차리고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스스로 인화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사십 대에 접어든 남자로서, 늙어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 하나 갖고 싶다는 마음 정도였다.
그러다 2008년의 어느 날, 김붕헌 선임대리는 자신이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졌고 스승을 만나게 되었다. 그의 스승은 니콘이 2008년 ‘세계의 사진가 2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한 김홍희 사진작가다. 김붕헌 선임대리는 김홍희 사진작가로부터 6개월간 혹독하게 다큐멘터리 사진을 배웠다. 이후 ‘사진기’가 아닌 ‘사진’을 익히기 위해 동∙서양 신화, 불교, 명상 등 다양한 문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또한, 김붕헌 선임대리는 인도에서 시작한 사진 여행이 그에게 관찰하는 눈과 혜안을 가져다 주었다고 덧붙였다.
▲ 김붕헌 선임대리의 개인전 ‘끝나지 않은 여름’ 전시작 中
김붕헌 선임대리는 울산현대사진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부산의 포구’, ‘일우전’, ‘철때반죽회원전’ 등에 작가로 참여한 바 있으며, 지난 5월에는 민병학, 유순련 작가와 ‘나는 사진가다’라는 주제의 3인전도 함께했다.
그런 김붕헌 선임대리에게 올해 11월 12일은 기념할 만한 날이다. 고향 인근인 울주군 온산읍 이소갤러리에서 그의 첫 개인전이 날이기 때문이다.
김붕헌 선임대리의 첫 개인전 ‘끝나지 않은 여름’에는 가장 환하게 환희를 만끽하고 있는 청춘들로 가득했다. 파도를 기다리거나 파도 위에 올라탄 빛나는 젊음, 혹은 반짝이는 수만 개의 날개를 단 파도들. 生을 맹목적으로 즐기는 청춘들의 몸과 얼굴, 그리고 바다는 아름다웠다. 이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관찰자만이 포착할 수 있는 미학이다. 인생의 풋내를 걷어낸, 무르익은 시선을 가진 이의 관찰은 또한 따뜻하기도 하다.
▲ 김붕헌 선임대리의 개인전 ‘끝나지 않은 여름’ 전시작 中
자신의 첫 개인전이 열리는 공간 안에서 만난 김붕헌 선임대리는 내내 쑥스러워 보였다. 이 수줍은 남자 안에 부드러운 혜안과 열정, 生을 운영하는 지혜가 공존하고 있다. 그날 그는 SK에너지 No.2 FCC 생산3팀 김붕헌 선임대리가 아닌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붕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