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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규제 및 에너지 신산업
2015.09.10 | 유희곤 기자

‘포스트 2020’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이름 그대로 세계 기후변화에 대비해 전세계가 논의하는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뜻합니다.

올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제21차 유엔(UN)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가 열립니다. 지난 7일 콜롬비아까지 주요 국가 및 지역연합 31곳이 유엔에 포스트 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포함한 ‘국가 자발적 기여(INDC’s)’를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UNFCCC)에 제출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6월30일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 목표를 확정해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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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PIXBAY ‘온실가스’ >

 

온실가스 규제’ 하면 떠오르는 게 화석연료, 특히 석유 사용량 줄여야겠죠? 사실 세계경제의 석유의존도는 상당히 낮아졌다고 합니다.

올 7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석유수요 증가율이 1.5%에 그치고 내년에는 1.2%로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대에서 절반 넘게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과거와 다른 양상이 나타난 셈입니다. 유가하락에 따른 경제성장 효과도 저조했습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국제유가는 36.6% 하락했고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4%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국제유가가 40.8%나 하락했는데도 세계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3.8%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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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석유의존도가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볼 수 있겠죠? 특히 수송분야에서 ‘탈 석유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유럽에서는 승용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올해 120g/km에서 2020년 95g/km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연비로 계산하면 24.1km/l와 30.5km/l에 해당합니다. 미국의 승용차 평균연비도 1990년대 20마일/갤런(8.5km/l)에서 2013년 36마일/갤런(15.3km/l)으로 높아졌습니다.

그렇다면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즉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은 어떨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지난해 기준 전체 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은 9.1% 수준입니다.에너지원별 비중은 바이오매스가 절반이 넘는 51.8%를 차지하고 있고 수력 25.2%, 풍력 8.6%, 지역 6.9%, 재생폐기물 3.1%, 태양광 2.6% 순입니다. 국가별로는 아이슬란드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89.3%로 가장 높았습니다. 덴마크는 8위(27.8%), 이탈리아는 13위(17.8%)였고 탈핵을 선언한 독일은 16위(11.1%)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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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국내 에너지 정책 담당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올해 예산사업설명서를 보면 한국은 “에너지공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취약한 에너지 수급 구조”를 갖춘 국가입니다.

“세계 5위 광물소비국으로 원자재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며 “석유의존도는 40%에 달하고 세계 5위의 석유순수입국 및 8위의 석유소비국으로서 원유의 86.0%(총 915백만 배럴 대비 787백만 배럴)를 정치적으로 불안한 중동에서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재생에너지 비중은 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34개국 중 최하위였습니다. 국내 통계로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기준 3.52%이지만 이는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 연료전지, 수소 등이 포함된 수치입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신산업육성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정부가 규정한 에너지 신산업이란 기후변화대응, 에너지안보, 수요관리 등 에너지 분야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문제 해결형 산업’입니다. 전력 수요관리 시장, 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차, 제로에너지빌딩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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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국내 에너지 문제는 ‘공급’ 중심이 아닌 ‘수요’ 중심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일상생활과 산업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에너지인 ‘전기’ 요금의 현실화가 대표적입니다.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가장 저렴한 편인 국내 전기요금, 과거에는 산업계 성장의 한 축이었지만 저렴한 생산비용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전기요금을 현실화(인상)해 에너지 절약 및 효율 산업 등 미래 산업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전기요금이 오른다면 당장은 싫겠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 LG경제연구원, ‘저유가에도 계속되는 탈 석유 : PV-EV 시대가 오고 있다’
– 에너지관리공단, ‘OECD 국가의 재생에너지 현황’
– 산업통상자원부, ‘2015년 예산사업설명서’

[글 유희곤·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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