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2020’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이름 그대로 세계 기후변화에 대비해 전세계가 논의하는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뜻합니다.
올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제21차 유엔(UN)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가 열립니다. 지난 7일 콜롬비아까지 주요 국가 및 지역연합 31곳이 유엔에 포스트 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포함한 ‘국가 자발적 기여(INDC’s)’를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UNFCCC)에 제출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6월30일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 목표를 확정해 제출했습니다.
< 출처 : PIXBAY ‘온실가스’ >
‘온실가스 규제’ 하면 떠오르는 게 화석연료, 특히 석유 사용량 줄여야겠죠? 사실 세계경제의 석유의존도는 상당히 낮아졌다고 합니다.
올 7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석유수요 증가율이 1.5%에 그치고 내년에는 1.2%로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대에서 절반 넘게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과거와 다른 양상이 나타난 셈입니다. 유가하락에 따른 경제성장 효과도 저조했습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국제유가는 36.6% 하락했고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4%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국제유가가 40.8%나 하락했는데도 세계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3.8%에 그쳤습니다.
세계경제의 석유의존도가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볼 수 있겠죠? 특히 수송분야에서 ‘탈 석유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유럽에서는 승용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올해 120g/km에서 2020년 95g/km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연비로 계산하면 24.1km/l와 30.5km/l에 해당합니다. 미국의 승용차 평균연비도 1990년대 20마일/갤런(8.5km/l)에서 2013년 36마일/갤런(15.3km/l)으로 높아졌습니다.
그렇다면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즉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은 어떨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지난해 기준 전체 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은 9.1% 수준입니다.에너지원별 비중은 바이오매스가 절반이 넘는 51.8%를 차지하고 있고 수력 25.2%, 풍력 8.6%, 지역 6.9%, 재생폐기물 3.1%, 태양광 2.6% 순입니다. 국가별로는 아이슬란드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89.3%로 가장 높았습니다. 덴마크는 8위(27.8%), 이탈리아는 13위(17.8%)였고 탈핵을 선언한 독일은 16위(11.1%)였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국내 에너지 정책 담당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올해 예산사업설명서를 보면 한국은 “에너지공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취약한 에너지 수급 구조”를 갖춘 국가입니다.
“세계 5위 광물소비국으로 원자재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며 “석유의존도는 40%에 달하고 세계 5위의 석유순수입국 및 8위의 석유소비국으로서 원유의 86.0%(총 915백만 배럴 대비 787백만 배럴)를 정치적으로 불안한 중동에서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재생에너지 비중은 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34개국 중 최하위였습니다. 국내 통계로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기준 3.52%이지만 이는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 연료전지, 수소 등이 포함된 수치입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신산업’ 육성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정부가 규정한 에너지 신산업이란 기후변화대응, 에너지안보, 수요관리 등 에너지 분야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문제 해결형 산업’입니다. 전력 수요관리 시장, 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차, 제로에너지빌딩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에너지 문제는 ‘공급’ 중심이 아닌 ‘수요’ 중심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일상생활과 산업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에너지인 ‘전기’ 요금의 현실화가 대표적입니다.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가장 저렴한 편인 국내 전기요금, 과거에는 산업계 성장의 한 축이었지만 저렴한 생산비용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전기요금을 현실화(인상)해 에너지 절약 및 효율 산업 등 미래 산업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전기요금이 오른다면 당장은 싫겠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 LG경제연구원, ‘저유가에도 계속되는 탈 석유 : PV-EV 시대가 오고 있다’
– 에너지관리공단, ‘OECD 국가의 재생에너지 현황’
– 산업통상자원부, ‘2015년 예산사업설명서’
[글 유희곤·경향신문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