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환경부는 올 상반기 수도권 지역에서 판매된 국내 정유 4개사의 자동차 연료(휘발유, 경유) 환경 품질이 별 5개로 최고등급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별 5개는 ‘국제 최고기준 수준’이라고 합니다. 국내 4개 정유사의 경유는 2006년 하반기부터 계속 별 5개를 받은 바 있습니다만, 이들이 판매하는 휘발유가 모두 별 5개를 받은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해당 제도가 어떤 것인지, 휘발유와 경유 품질은 어떻게 측정하는지 알아볼까요?
환경부는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06년부터 수도권 지역에 공급되는 자동차연료에 대해 ‘환경 품질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친환경 제품선택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해서 정유사의 자율적인 연료 환경 품질 개선을 유도한다는 게 목적입니다.
대상 연료는 수도권 지역에 공급되는 휘발유와 경유입니다. 휘발유 품질은 방향족화합물, 벤젠함량, 올레핀함량, 황함량, 증기압, 90% 유출온도 등 6개 항목을 측정합니다.
항목별로 자세히 보면 방향족화합물은 벤젠, 톨루엔, 크실렌 등을 뜻하는데 불완전 연소할 경우 유해물질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때문에 전체 부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 이하일 때 국제 최고기준으로 여겨집니다.
<SK이노베이션 울산 Complex 전경>
벤젠도 연료에서 차지하는 함량이 높을수록 배출가스에서 나오는 벤젠량이 늘어나는 만큼 0.7% 이하를 최고기준으로 삼습니다. 벤젠은 발암성 물질로 저농도일지라도 장시간 노출되면 혈액장애, 빈혈, 백혈병을 유발합니다.
올레핀은 탄화수소로서 원유에 포함된 양은 작지만 나프타를 분해할 때 다량 생성됩니다. 오존형성 물질과 유해물질 배출을 증가시키는만큼 국내기준은 16% 이하, 국제 최고기준은 5% 이하입니다.
황은 원유 중 불순물로 존재하고 정제할 때 여러 황화합물이 만들어집니다. 촉매 장치의 정화율과 내구성을 떨어뜨리는만큼 국내와 국제 기준은 모두 10ppm 이하로 되어 있습니다. 황이 줄어들면 일산화탄소(CO), 미세먼지(PM)가 감소합니다.
증기압은 휘발성을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엔진 성능유지와 오염저감 차원에서 적정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37.8도 기준 60킬로파스칼(kPa)이 국내 기준, 48.3kPa이 국제 최고 기준입니다.
90% 유출온도는 말 그대로 휘발유의 90%가 증류되는 온도를 말합니다. 증기압과 함께 연료의 휘발성과 관련돼 있으며 유출온도를 낮추면 유해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국내 기준은 170도 이하, 국제 최고 기준은 146.1도 이하입니다.
경유 품질 측정 대상도 6개이지만 휘발유와는 조금 다릅니다. 밀도, 황함량, 다고리방향족, 윤활성, 방향족화합물, 세탄지수(세탄가) 등입니다.
밀도는 연료의 질량 대 부피의 비율을 뜻하는데, 디젤연료의 밀도는 엔진 동력변화, 연료소비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습니다. 밀도가 감소하면 경유 자체 성분을 경질화·균질화해서 오염물질 배출량도 줄어듭니다. 15도 기준 815~835㎏/㎥가 국내기준, 820~845㎏/㎥ 또는 800~845㎏/㎥가 국제 최고 기준입니다. 황함량은 휘발유와 동일하게 국내와 국제 기준 모두 10ppm 이하입니다.
다고리방향족 화합물은 경유 유분 중 방향족화합물이 다고리 형태인 물질의 함량을 뜻하며 엔진 연소성과 관련있습니다. 함량이 줄어들면 미세먼지(PM),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줄어들며 국내 기준은 5% 이하(무게 기준), 국제 최고 기준은 4% 이하입니다.
윤활성은 경유 성분 중 마모 방지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황함량이 줄어들면 윤활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 윤활제를 첨가해준다고 합니다. 국내 기준은 400마이크로미터(㎛) 이하, 국제 최고 기준은 460㎛ 이하입니다. 방향족화합물 기준은 휘발유와 약간 다릅니다. 국내는 30% 이하(무게 기준), 국제 최고 기준은 20% 이하입니다. 세탄지수는 경유의 착화성(불이 붙는 성질)을 나타내는데 세탄지수가 증가하면 일산화탄소(CO) 및 탄화수소(HC)가 줄어듭니다. 국내에서는 52 이상이 기준이고 국제 최고 기준은 46 이상 또는 43~46 이상입니다.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환경부 수도권대기환경청은 수도권 지역 저유소(*)와 주유소를 대상으로 매월 휘발유와 경유 각 45건(월 90건)의 시료를 채취해 환경 품질을 분석합니다. 반기(6개월)마다 보도자료와 홈페이지(www.me.go.kr/mamo)를 통해 결과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저유소 : 저유소란 원유나 석유 제품의 저장소를 말한다.
환경부는 올 상반기 환경 품질 측정에서 국내 4개 정유사의 휘발유가 모두 별 5개를 받은 데 대해 “국내 정유사들이 품질 개선 및 비용투자 확대 등으로 환경 품질을 개선한 게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SK에너지는 전국에 6개(서울, 인천, 원주, 광주, 대전, 울산)의 품질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전 품질 점검 활동 등 예방활동과 품질고충 발생 시 전문가가 신속히 현장을 방문하는 등 처리활동을 맡고 있습니다. 품질서비스센터 제도는 SK에너지에서 처음 도입됐다고 하네요.
[글 유희곤·경향신문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