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에너지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사들은 저유가와 낮은 정제마진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자원개발 업체들은 저유가에 인력감축과 예산 삭감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수입가격을 빼고 정유사들이 남긴 이익을 뜻한다. 각 사별로 다르지만 로이터가 역내 시장 상황을 감안해 집계한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중심의 미국 복합정제마진은 2011년부터 평균 10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013년 2월 26.69달러까지 오른 후 올 1월 현재 12.2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한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전히 미국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원료로 사용된다.
WTI 정제마진 효과를 톡톡히 본 곳이 미국 발레로에너지다. 이 업체는 하루 240만배럴의 정제유를 생산하는 미국 최대 정유사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은 67.9%, 영업이익은 128.5% 늘었다. 주가도 2011년 1월초 23달러대에서 현재 45달러대에 이른다.
반면 셰일오일 열풍으로 인한 저유가로 상황이 좋지 않은 곳도 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자료를 보면 세계 원유서비스 업계 2, 3위인 미국 핼리버튼(Halliburton)과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는 저유가 등 악화된 경영환경 때문에 인원 감축을 추진 중이라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핼리버튼은 지난해 11월 베이커 휴즈의 인수합병을 발표한 바 있다.
베이커 휴즈는 전체 직원의 12%에 해당하는 7000여을 올 1분기에 구조조정할 예정이다. 소요 비용은 1억6000만~1억8500만달러다.
미국 육상 리그 수도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1월14일 기준 1622개로 지난해 10월보다 254기가 감소했다.
양사는 인원 감축과 함께 수입 감소에도 대비하고 있다. 핼리버튼은 원가 절감, 운영설비 간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베이커 휴즈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저비용 생산과 회수율 증가에 힘쓰고 있다.
멕시코 석유공사(Pemex)와 세계 최대 유전 측정 및 자원관리 서비스사인 슐룸베르거(Schlumberger) 각각 1만명과 9000명의 직원을 해고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유사들은 어떨까?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은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공급과잉과 저유가가 정유사의 발목을 잡았다. 올해가 더 걱정이라는 전망도 계속되고 있다.
저유가뿐 아니라 국내 정유사의 발목을 잡는 게 정제마진이다.
국내 수입 원유의 80%가 중동산이고 이는 주로 싱가포르에서 거래되고 있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한국 등 아시아권 정유사들의 수익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내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5달러선이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011년 10월 배럴당 10.29달러에서 2013년 10월 3.49달러로 저점을 기록한 후 올 1월 현재 6.36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게 아니다. 중국과 중동의 정제 설비가 늘어나면서 수출국도 점점 줄어드는 데다가 이전과 같은 중국 ‘호황’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자원 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사업구조를 다변화하든가 중국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한 정제마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유희곤·경향신문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