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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경제∙금융 제재 해제 관련 업계 영향
2016.01.21 | 유희곤 기자

그동안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이란과의 교역이 지난 17일자로 자유로워졌습니다. 지난해 7월 미국, 중국 등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 5개국과 독일 등 6개국이 이란과의 핵협상에 전격 합의한 지 6개월만입니다.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이지만, 저유가 ‘공포’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한국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 이란의 경제 규모

먼저 이란의 경제규모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란의 국내총생산(GDP)은 2015년 기준 3935억달러였습니다. 세계 78위 규모이자 중동에서는 6489억달러였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제2 경제대국입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은 4983억달러로 세계 95위였습니다. 중동 주요국 중 아랍에미리트는 3만7962억달러(23위), 쿠웨이트 3만2720억달러(26위), 사우디아라비아 2만677억달러(38위)였습니다.

영토는 한반도의 약 7.5배 수준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걸프만과 카스피해를 모두 접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강점 중 하나는 ‘젊다’는 데 있습니다. 인구는 약 8000만명인데 2010년 기준 중간연령은 27세이고 인구의 약 60%가 30세 이하 인구입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전체 인구의 71%로 매년 약 75만명의 젊은 인구가 노동시장에 유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천연자원도 풍부합니다. 원유 매장량은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2위입니다. 그러나 원유산업이 재정수입의 약 50%, 총수출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원유 의존도가 높아 국제유가 변동에 취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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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빗장 풀리는 중동의 제조국 이란을 선점하라” 중 >

 

2012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출이 타격을 입었고 이듬해 이란의 對 세계 수출은 17.5% 감소했습니다. 금융제재로 대금결제가 어려워지면서 2013년 수입도 10.2% 줄었습니다.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꽤 역사가 깊습니다. 미국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직후 벌어진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후 자국내 이란 자산을 동결했습니다. 1984년에는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고 2010년에는 포괄적 이란제재법(CISADA)을 시행해 삼자제재를 강화했습니다. 포괄적 이란제재법은 미국 및 제3국의 금융기관이 이란의 에너지 산업과 관련해 거래·투자하거나 이란계 은행과 거래할 경우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란과의 달러 거래가 불가능해진 거죠. 2012년에는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이란산 원유 수입국이 180일마다 원유 수입 규모를 상당히 감축해 제재 예외 적용을 받도록 강제했습니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던 우리나라 역시 제재 예외 적용을 받기 위해 원유 수입량을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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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기획재정부 2016년 1월17일 보도참고자료>

 

 ■ 한국과 이란의 외교관계

그렇다면 이란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알아볼까요? 양국은 1962년 처음 외교관계를 수립했습니다. 1977년 우호관계의 상징으로 서울과 이란 수도 테헤란에 각각 ‘테헤란로’와 ‘서울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2002년에는 양국 수교 40주년 기념으로 이란에 한국광장 서울공원도 생겼습니다. 이란은 2014년 기준 한국의 수출 26위, 수입 27위 교역국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미국 등의 경제제재로 한국의 對 이란수출, 이란의 對 한국수출 모두 매년 감소했습니다. 한국의 對 이란 주요 수출품은 TV, 합성수지, 자동차부품, 냉장고 등이고 이란의 對 한국 주요 수출품은 원유, 나프타, 액화천연가스(LPG)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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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무역협회>

 

국제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출길이 막히면서 2012년부터 이란의 對 한국수출도 반토막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란의 국제제재 해제에 따른 기대효과

이란에 대한 국제제재가 해제되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정부는 일단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해제가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그동안 지속적으로 축소했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이제는 정유사들이 국내수요에 맞춰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원유 전량을 수입해 이를 석유제품으로 판매하는 한국은 원료 다변화와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란은 호주처럼 원유는 수출하지만 휘발유와 같은 석유제품은 수입하는 국가입니다. 정제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현재 하루 280만배럴에서 1년 내 380만배럴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하지만 정제설비 규모는 일일 200만배럴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정제시설을 늘릴 수도 없으니, 적어도 그 때까지는 국내 정유업계나 석유화학업계는 수출 증가를 기대할만 합니다. 다만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결제는 당분간 현재처럼 원화로 해야 한다고 하네요.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돼도 이란과의 거래에서 미국 달러화 사용은 계속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미국이나 이란 정부와 협의해 유로화 등 다른 국제통화를 활용할 수 있는 결제체제를 조속히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 참고자료
–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빗장 풀리는 중동의 제조국, 이란을 선점하라”
– KOTRA 해외시장뉴스(http://news.kotra.or.kr/kotranews/index.do)
– 기획재정부 2016년 1월17일 보도참고자료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해제되어 앞으로 이란과의 무역 및 투자가 자유로워져”
– 연합뉴스 2016년 1월19일 “<이란 특수 오나> ②자원대국 이란에 휘발유 판다”

 

[글 유희곤·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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