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산 원유 수출의 시작
<원유 / 이미지 출처 : pixabay>
미국산 원유 수출이 40년만에 허용됐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상원과 하원이 동의한 2016년도 예산안에 최근 서명했는데요. 여기에는 미국산 원유 수출금지 해제 조치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 석유업체들은 상무부 등의 승인을 받으면 원유를 수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이 요구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을 위한 세제 혜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거나 원유 수출이 미국 내 수급차질 또는 유가 상승을 초래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1년간 원유 수출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은 1975년 ‘에너지 보호법’을 만들면서 캐나다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 미국산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1973년 중동발 오일쇼크 때문이었죠.
그러나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셰일가스•오일 생산 기술 혁신으로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 미국은 얼만큼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을까?
<국가별 석유 생산량 순위>
미국은 2013년 하루 원유 생산량이 1006만9000배럴로 세계 3위였지만 지난해에는 하루 1164만4000배럴로 세계 1위 국가가 됐습니다. 비정제유인 콘덴세이트 수출은 이미 지난해 수출이 허용됐습니다. 정유업계는 미국의 원유 수출을 반대하고 원유 생산업자들은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대측은 원유 수출이 이뤄지면 미국 내 원유(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상승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찬성 측은 안 그래도 저유가로 어려운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남아도는 원유를 해외에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 미국의 원유 수출로 인한 시장 전망
미국 원유 수출이 허용된만큼 앞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 관심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공급과잉이 해외 시장으로 옮겨지는 만큼 미국 내 원유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반면 세계 원유 공급량이 수요보다 커져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을 하락시키고, WTI 가격과의 차이를 크게 만들어 미국 석유제품 가격이 다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즉 당장에는 미국산 원유 수출 물량 증가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우선 수출 경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WTI와 브렌트유 가격 차이를 뜻하는 ‘WTI-브렌트유 스프레드’(스프레드)가 배럴당 3~4달러는 되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건 스탠리 등에 따르면 세계 수급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한 내년 스프레드도 배럴당 3달러 아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난 12월22일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약 5년4개월만에 역전됐습니다. 브렌트유가 11년5개월만에 최저치 행진을 이어간 반면 WTI는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내 원유 수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원유 광구가 몰려 있는 걸프 해안 지역이나 내륙에서 생산한 원유를 해안으로 이동해 수출하기 위해서는 철도, 항구 시설 등이 추가로 신설돼야 합니다.
■ 미국의 원유 수출이 아시아권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 도입 원유의 8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수입국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비싼 가격 때문에 아시아 구매자들이 미국산 원유 구입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인도 힌두스탄 석유 주유소 /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인도 국영 정유회사 ‘힌두스탄 석유(Hindustan Petroleum)’의 정제부문 대표 B.K.남도(Namdo)는, “대부분의 아시아지역 정제시설들이 미국 경질유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으며, 미국 경질유 가격이 중동 중질유보다 비싸고 수송비도 비싸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 17일 기준 미국 WTI 가격은 중동 두바이유 가격보다 배럴당 2.80달러가 더 높았습니다. 또한 해운중개업체 ‘클락슨’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시아로의 수송에 주로 이용되는 아프라막스(8만~11만톤) 사이즈 유조선 수송비용이 중동에서 아시아로 선적할 때 이용되는 대형 유조선(VLCC)(20만~30만톤) 수송비보다 배럴당 2.75달러 더 비싸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www.petronet.co.kr), BP
[글 유희곤·경향신문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