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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석유 전쟁
2015.12.09 | 유희곤 기자

■ IS의 파리 테러 후 한 달, 세계 각국의 석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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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추모 물결 / 이미지 출처 : flicker>

 

지난 11월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6곳에서 이슬람 무장단체(IS)의 동시다발 테러가 벌어져 129명이 사망하고 352명이 다쳤습니다. 테러 후 미국과 프랑스 등 연합군은 IS의 연료 수송 트럭을 파괴하면서 ‘돈줄 조이기’를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원유를 둘러싼 터키와 러시아의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파리 테러가 벌어진 지 약 한 달, 그동안 IS를 둘러싸고 세계 각국이 벌이는 석유 전쟁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 연합군, IS의 석유 보급 차단 작전

파리 테러 직후 미국 등 연합군이 IS에 대해 취한 작전은 ‘IS 돈줄 끊기’였습니다. IS의 주요수입원인 석유 밀매의 보급을 끊는 것이죠. IS의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해 지난 11월16일, 미국 국방부는 “시리아 동부 아부 카말 부근에 있는 IS 기지를 공습해 연료를 실은 트럭 116대를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IS가 총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연료 트럭 295대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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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수행 중인 군인 / 이미지 출처 : flicker>

 

그동안 연합군은 IS의 석유시설은 공습해 왔지만 석유 수송 차량 공습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석유를 운송하는 운전자는 민간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이번에는 공습 한 시간전에 운전자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전단지를 뿌렸다고 합니다.

파리 테러 이전에 계획됐던 석유 수송 트럭 공습 작전에는 터키 공군기지를 출격한 A-10선더볼트 공격기 4대, AC-130 공격기 2대 등 총 6대가 동원됐다고 합니다.

 

■ IS의 자금, 어떻게 마련하는 걸까?

앞서 말씀드렸듯이 IS의 주요수입원은 석유 밀매인데요. AP통신에 따르면 IS가 시리아에서 하루 3만배럴, 이라크에서 하루 1만~2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생산한 석유는 배럴당 약 45달러인 정상가보다 낮은 10~35달러로 거래돼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BBC에 따르면 IS가 석유 밀매로 챙기는 연간 수입액은 약 5억달러(약 5838억원)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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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국가의 거리모습 /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또 IS는 주민들에게 ‘자카트(구빈세)’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는데요. 세율은 이슬람법이 통상 규정하는 2.5%보다 높은 10%입니다.

도로통행료, 청소세 등 각종 명목의 세금은 물론 흡연이나 자동차 미등이 고장난 채 운전했을 경우 등이 적발됐을 때 벌금도 내야 합니다. 석유 수송 트럭 등에 대한 공격이 IS의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IS가 이라크와 시리아 점령 지역에서 세금이나 벌금 등으로 거둬들이는 연간 수입액은 약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라고 합니다. 석유 밀매로 거둬들이는 수입액의 2배죠. 이 때문에 IS 점령지를 빼앗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IS의 석유 밀매, 공급지는?

다시 IS의 석유 밀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최근 IS의 석유밀매 문제로 불똥이 튄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터키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1월30일 프랑스 파리 근교 르부르제에서 열린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러시아는 IS 영역에서 생산된 원유가 터키로 대량 유입되는 것을 입증하는 추가 정보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유가 적재되는 항구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믿기에 충분하다”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압박했습니다. 11월24일 터키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이유가 터키로 흘러들어가는 IS의 석유 때문이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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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국기 / 이미지 출처 : pixabay>

 

터키에 대한 공세에 이란도 합류했습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12월4일 이란 국영 통신사 ‘IRNA’와의 인터뷰에서 “터키 정부가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다에시(IS의 아랍어식 멸칭)와의 석유거래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 우리가 필요한 증거를 내놓을 수 있다”면서 “IS 석유 운반 트럭이 터키 국경을 넘나드는 장면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자리를 걸겠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터키가 IS의 석유 밀매를 ‘사실상’ 돕고 있다는 주장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터키는 시리아에서 밀수되는 석유 7900만리터를 압수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요. 이는 IS 원유 밀매를 방조하다가 뒤늦게 취한 조치로 IS 원유가 터키로 들어온 것을 인정한 결과가 되어 버렸습니다. 터키뿐 아니라 이스라엘, 시리아 정부,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도 IS 원유 주요 거래대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 IS를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국제 사회

IS에 대한 석유 거래 문제로 러시아와 터키 등의 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있는데요.러시아는 IS를 경제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미국과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이 역시 터키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참고자료
-경향신문 2015년 11월18일자 4면 <연합군, IS 연료트럭 116대 파괴>
-중앙일보 2015년 11월18일자 A4면 <IS 석유밀매 하루 17억원 … 미 “돈줄 끊어라” 수송망 공습>
-경향신문 2015년 12월2일 18면 <IS 돈줄은 주민들 호주머니>
-경향신문 2015년 12월2일 18면 <푸틴 “터키, IS 원유 밀거래 위해 전투기 격추” 에르도안 “사실 땐 사임, 당신도 자리 걸겠소?”>
-한국일보 2015년 12월2일 16면 <푸틴 “IS 원유 터키로 흘러가” 에르도안 “사실 땐 대통령 사직”>
-연합뉴스 2015년 12월5일 <이란 “터키내 IS 석유거래 증거 공개” 공세 가세>

 

[글 유희곤·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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