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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찾아온 ‘슈퍼 엘니뇨’
2015.12.02 | 김성희 작가

지난주 영하권의 추위에 첫 눈까지 오면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특히, 올 겨울엔 1997년 이후 가장 강력한 슈퍼 엘니뇨 현상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고되어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데요. 올 봄 마른장마와 유례없는 잦은 가을비, 수능한파가 사라진 이유도 슈퍼 엘니뇨의 세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엘니뇨(El Niño)란?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혹은 ‘아기예수’를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과거 페루 어민들이 크리스마스 무렵에 바다가 따뜻해지며 풍어로 이어지던 것을 부르기 시작한 데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요. 오늘날에는 태평양 적도 부근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는 현상을 엘니뇨라고 부른답니다.

그래프

<엘니뇨 / 출처 : 위키미디어>

동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에서 해수면 온도 편차가 0.4도 높은 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됐을 때를 엘니뇨, 2도 이상 높은 기간이 3개월 이상이면 슈퍼 엘니뇨로 부릅니다. 올해는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2.6℃나 높아 1997년 이후 세력이 가장 강한 엘니뇨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18년만의 불청객, 슈퍼 엘니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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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엘니뇨로 인한 기아 공포 / 사진 출처 : unsplash>

올 겨울 유독 엘니뇨가 화제가 되는 이유도 1997~1998년과 1982~1983년에 이어 18년 만에 기상관측 이후 가장 심각한 엘니뇨 현상이 관측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유엔은 이번 엘니뇨로 410만 여명이 기아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요. 일부에서는 2만3000명의 희생자를 낳은 1997~1998년 엘니뇨에 버금갈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놔 엘니뇨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엘니뇨가 가져올 파급력
엘니뇨가 찾아오면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에는 고온과 가뭄이, 중남미 서해안 지역에는 폭우와 홍수가 일어납니다. 이와 함께 적도 부근에 강력한 사이클론이 발달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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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엘니뇨로 인한 가뭄 피해 / 사진 출처 : unsplash>

이미 남태평양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엘니뇨로 인한 계속된 가뭄으로 식량과 물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에요.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IT기업과 삼성,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들이 밀집한 샌프란시스코 연안 인근의 실리콘밸리 또한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올 겨울 대규모 홍수로 침수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도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온도를 올려 물고기들을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게 함에 따라 어획량이 감소합니다. 또 곡물이나 육류의 상품가격을 끌어올리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1997-1998년에 발생한 엘니뇨는 300억-450억 달러의 경제적인 피해를 주었지만, 현재는 경제 규모가 더 커졌기 때문에 엘니뇨로 인한 피해도 더 클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엘니뇨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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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한반도에 폭설 예상>

올 겨울 우리나라에서는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눈비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엘니뇨가 수증기가 많고 따뜻한 남풍을 한반도 쪽으로 올려 보내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온난한 대신, 눈비의 양은 평년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데요. 12월부터는 북극지방의 해빙에 의한 북극 한파가 내려올 예정이라 날씨가 대체로 포근하다가 갑자기 기습 한파가 닥치면 변덕과 이변이 잦고 눈 폭탄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엘니뇨 현상의 원인은 적도에서 발생하는 열 순환 메커니즘이 3∼7년 주기로 변동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상세한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지구온난화 등 환경파괴 문제와 함께 갈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어쩌면 엘니뇨는 무분별한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는 인간에게 더 늦기 전에 지구의 환경을 아끼고 지키라는 자연이 보내는 경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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