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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가 가져온 혁명! 세계 에너지 패권은 누구에게?
2014.11.18 | 유희곤 기자

국제유가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55달러 하락한 74.01달러를 기록했다. 2010년 9월 이후 4년2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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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전날보다 2.97달러 낮아진 74.21달러에 거래됐다. 역시 2010년 9월 이후 최저치다. 같은 날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가격(종가 기준)도 2010년 9월10일 이후 가장 낮은 77.92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11월 초까지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906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986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생산량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 규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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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미국 석유개발 광구>

 

현재 세계 1위 산유국이자 OPEC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마찬가지다. 통상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유가를 조절해 왔다. 비쌀 때는 증산을 통한 가격 하락을, 쌀 때는 감산을 통한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르다.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광물자원부 장관은 이번달초 멕시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유가는 석유와 공급에 따라 정해진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락을 위해 인위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11월27일 열리는 OPEC 석유장관 회의에서도 감산 결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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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세계 에너지 패권을 쥐기 위한 양국의 전략이 숨어 있다.미국 에너지 업체들은 2000년대부터 셰일가스 채굴에 본격적으로 나선 후 2010년 이후에는 셰일오일 채굴도 활발히 하고 있다.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낮아졌고, 셰일가스 개발 채산성도 악화됐기 때문이다.

많은 업체들은 셰일가스 개발기술을 적용한 셰일오일 개발에 눈을 돌리게 됐다.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면 될뿐더러 성분도 전통 석유에서 나오는 휘발유와 비슷해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미국은 전체 석유의 70%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한다.

원유 생산이 늘어나면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은 석유 수입량을 줄여 무역수지를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중동산 원유 의존도도 낮춰서 중동 지역 군사비 지출도 줄일 수 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발 셰일가스·오일 혁명을 저지하기 위해서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 아무리 기술 혁명(수압파쇄·수평시추)으로 셰일가스·오일 생산이 활발해졌다 하더라도 전통 가스·오일보다는 생산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석유공사의 ‘셰일가스 혁명에도 경쟁력 있는 중동산 석유’ 보고서를 보면 셰일오일의 생산비용은 배럴당 30~60달러선이다. 중동의 4~10달러보다 최대 15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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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더 떨어뜨려서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열풍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적대국인 이란, 시리아를 지지하는 경쟁 산유국 러시아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서라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월스트리저널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러시아가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한 국제 유가 수준은 각각 배럴당 97달러, 130달러, 105달러 수준이다.

셰일가스 개발을 두고 미국과 OPEC의 ‘치킨게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글 유희곤·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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