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신들 자신 The God Themselves; 1972년>을 보면, 우리와 이웃한 평행우주의 외계인들이 ①플루토늄186을 우리 우주의 ①텅스텐186과 은밀히 바꿔 친다. 이는 핵력이 강해 불안정한 자기네 우주의 수명을 늘리려다 보니 고심 끝에 저지른 짓이었다. 문제는 반대로 우리 태양의 핵융합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진다는 점이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태양 탓에 애꿎은 인류만 가슴을 졸인다. 부족한 에너지를 이웃 우주에서까지 물불 안 가리고 훔쳐오는 외계인들의 처세에서 우리는 언제고 고갈되고 말 기존 에너지원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온 인간의 갈망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인류가 꿈꿔온 대체에너지원에 대한 열망은 어디까지 나아가고 있을까? 화석연료가 몇 십 년 안에 고갈되리라는 불안은 인류가 꾸준히 여러 대안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시도는 어디까지 와 있으며 또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원자력발전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②체르노빌과 ③후쿠시마의 원전사고 그리고 쓰리마일에서의 핵폐기물 논란은 청정에너지라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미국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라해서 다 위험한 것은 아니다. 1천 가지가 넘는 원자로 타입 중 가장 싸고 이윤이 남는다는 이유로 가장 위험한 ④경수로형만이 시장에 살아남은 것이 문제다. 연구개발기간과 건설비가 좀 더 들어도 안전하고 오염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식들이 공론화되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다.
이렇듯 원전개발은 동전의 양면을 지니고 있어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동시에 언제 어느 때 파멸을 안길지 모른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오늘날의 대체 에너지 개발 기본방향은 청정(혹은 그린) 개념에 맞춰져 있다. 태양열과 풍력, 조력, 온도차 발전 등이 그러한 예들인데, 장단점이 있다. 하나같이 고갈되지 않는 반영구적인 에너지라는 이점이 있지만 관건은 비용 대비 효율성이다. ⑤대규모장치산업인 에너지업계의 사업방식을 바꾸자면 도덕과 양심 그리고 법적 강제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생산자들의 기회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으면 실생활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태양열발전의 예를 들면,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인공위성의 태양전지에 저장된 에너지를 ⑥마이크로파 형태로 지구에 전송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한편 과학자들과 SF작가들은 먼 미래에는 우리의 통상적인 상상을 넘어서는 에너지원들이 실용화될 가능성을 점친다. 에너지 전환효율이 매우 높은 ⑦반물질과 블랙홀을 이용한 발전, ⑧반중력, 미니 ⑨빅뱅을 일으켜 작은 우주에서 에너지를 훔쳐오는 방법(<신들 자신>을 응용하라!), 시간여행을 하여 ⑩신성(新星)이 된 미래의 태양에서 에너지를 훔쳐오는 방법, 태양에너지를 100% 활용하기 위해 ⑪다이슨 구(球)나 링월드로 태양을 ⑫지구궤도에서 에워싸는 방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일례로 블랙홀을 이용한 발전방식의 경우, 우리의 태양이 평생 열과 빛으로 발산하는 총량보다 1만 배가 많다. 이중 겨우 50%만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해도 태양보다 5,000배나 많이 생산할 수 있으므로 이쯤 되면 인류의 수명을 고려할 때 거의 영구적이나 마찬가지다.
래리 니븐의 <링월드 Ringworld; 1970년>에서처럼 항성을 띠처럼 에워싸거나 켄 맥리오드의 <세상 배우기 Learing the World; 2005년>에서처럼 미니 빅뱅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식으로, SF작가들의 상상은 현실의 한계를 훌쩍 뛰어 넘어 미래의 에너지원을 상상한다. 걸림돌은 시간뿐이다. 언제고 과학자들이 이들의 상상을 따라잡을 날이 올지 모른다. 관건은 현재의 과학기술 역량 못지않게 불가능을 실현하려는 인간의 의지에 달려있지 않을까?
①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의 동위원소로, 우리 우주에서는 불안정하여 아주 잠시밖에 존재할 수 없다.
②우크라이나의 키예프 북쪽 104km에 있는 마을로, 1986년 4월 26일 이곳에서 운영되던 원자력발전소 제4호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어 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③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 있는 마을로, 2011년 3월 11일 이곳의 원자력발전소가 쓰나미로 인해 침수되어 다량의 유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었다.
④원자로 발전소 유형 중 하나. 300도에서 물이 끓지 않게 하기 위해 압력을 높이는 형식. 일반 물은 해수면기준 100도에서 끓지만, 압력을 높이게 되면 끓지 않는다.
⑤생산수단으로서 각종 대규모 장치를 설치함으로써 경상적(經常的)인 생산이 가능해지는 산업.
⑥파장 약 1mm 이하의 전파로서, 원적외부에 접하는 1mm 이하의 서브밀리파도 포함시킨 것으로 극초단파라고도 함.
⑦일반 소립자(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와 전하가 정반대인 반입자(반양성자, 반중성자, 양전자 등)로 구성된 물질. 일반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쌍소멸하며 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우주가 생겨난 초기에 많았으며 오늘날에는 입자가속기 안에서 소량이나마 만들어낼 수 있다.
⑧반중력 물질은 중력과 반대되는 것으로, 모든 것을 밀어내는 성질.
⑨대폭발이론이라고도 한다. 이에 따르면, 약 137억년 전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진공 속에서 양자요동을 통해 우주가 대폭발을 하듯 생겨났다. 양자역학의 해석에 의하면, 진공은 무가 아니라 수많은 가상입자들이 생겨났다 쌍소멸하는 아주 역동적인 공간이다.
⑩태양처럼 주계열성에 속하는 항성이 나이가 들면 지구궤도까지 흡수할 만큼 부피가 팽창하는 현상. 광구의 표면적이 전에 비할 수 없이 확대되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새로운 밝은 별이 나타난 것처럼 보여 신성이란 이름이 붙었다.
⑪프리먼 다이슨이 처음 상상했으며, 지구궤도에서 태양을 공처럼 에워싸 태양 에너지를 하나도 흘리지 않고 100%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인공구조물. 다이슨 구 밖으로 가시광선은 나가지 못하고 적외선만 투과되기 때문에 거대한 적외선 구가 외계에서 관측된다면 지적인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⑫지구가 태양 둘레를 도는 타원 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