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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친환경? 바이오 에너지 뒤집어 보기
2013.02.20 | SKinno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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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기후변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당면과제입니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화석에너지의 무분별한 사용이었다는 분석 때문에 에너지원의 변화가 주요한 정책과제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문제는 점차 현실로 다가와 긴급한 국가적 현안으로 종종 떠오릅니다. 이러한 상황을 돌아 보면, 각 국가의 에너지 정책과 제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적으로 요구되는 것 아닐까요?

대한민국도 저탄소 녹생성장 기본법 등의 제도로 개별 기후변화 및 화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저탄소 녹생성장은 “녹색(환경)”과 성장(경제)의 절충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 요건 중 하나인 ‘사회적 형평성’과 ‘진실에 기반을 둔 정의’ 문제는 결여된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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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그 ‘책임’과 ‘기회’ 배분에 앞서 아직 ‘신구 에너지간 형평성’, ‘이성적인 경제성’ 확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이른바 에너지 Mix 정책의 ‘정의’의 문제를 고민할 때입니다.

물론 친환경 연료를 값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문제는 간단해집니다. 하지만 지구상 어디에도 그러한 시스템은 아직 없습니다.

국가의 경제정책, 부존자원, 기술발전, 소득수준에 따라 최적의 시스템을 찾는 것이 당면과제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녹색산업 성장의 일환으로 곡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에너지(디젤, 에탄올 유분)의무 사용 할당제를 활발히 논의 하고 있으며, 입법예고까지 마쳤습니다. 그러나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곡물의 70%를 수입하며 농경지가 협소하고 산림을 보호해야만 하는 국가입니다. 이는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실정에서 최근 급등한 유가와 동일한 추세를 보이는 바이오 에너지를 값비싼 가격에 또 수입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 에너지는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곡물이나 유기작물을 이용한 실험적 대체에너지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한 동안 관심 밖에 놓여있던 바이오 에탄올과 바이오 디젤 등의 바이오 에너지는 세계적인 유가상승과 미국의 바이오 에너지 장려 정책에 힘입어 단기간에 성장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바이오 에너지는 어느덧 전세계의 곡물을 먹어 치우는 가장 큰 괴물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는 분석도 뒤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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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바이오 에너지 장려 정책, 그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미국과 브라질 등의 대형 농업기업입니다. 그렇다면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개발도상국의 빈곤층과 중산층 그리고 소규모 사료업계, 축산업계임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녹색성장이라는 거창한 담론 아래에 이러한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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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이후 고유가를 지속해 오며 수익성이 높아진 미국의 대형 에탄올 공장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아가며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이에 따라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위한 에탄올용 옥수수 사용량도 급증했습니다. 미국산 옥수수 가격은 불과 1~2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치솟았고, 미국 옥수수의 가격 급등은 다른 나라의 옥수수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바이오 에너지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던 다른 곡물의 동반상승까지 초래한 것입니다. 지구 반대편 중국에서는 중국의 급속성장에 동물성 단백질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또 다시 사료용 곡물 수요로 이어져 세계적인 곡물가격 폭등현상을 일으켰습니다.

그 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다소 진정되는가 싶었던 국제 곡물가격은 지난 해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이합니다. 미국의 기상이변으로 옥수수 생산량이 감소하자 재고량이 역대 최저 수준인 5% 이하까지 떨어졌고, 가격은 투기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역사적인 최고점을 갱신했습니다. 이는 또 다시 다른 곡물과 유기작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곡물가격 폭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비단 옥수수가 아니더라도 식탁에 자주 오르는 각종 곡물의 가격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거듭 상승해왔습니다.

미국 농민들은 옥수수와 콩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그 동안 휴경지로 되어 있던 한계 농경지까지 경작을 늘려 나간다고 합니다. 남미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도 예외는 아닙니다. 경작농민들이 곡물 생산을 위해 삼림지역의 개간과 개발을 통해 경작지를 늘려 나가는 추세인데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물, 식량 부족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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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에너지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바이오 에너지의 정제 및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과 같은 양의 탄소를 해당 연료의 생산을 위해 재배되는 작물들이 성장과정에서 흡수(소비)하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바이오 에너지 곡물을 성장시키기 위해 추가로 발생하는 탄소량, 즉 비료와 농기계의 사용이 만들어 낸 탄소량이 제외되어 있습니다. 추가적인 탄소 흡수가 반드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많은 연구에서 지적하고 있는데요.

비료 사용량 증가로 질소산화물을 계속해서 배출되는 것 역시 큰 문제입니다. 질소 산화물은 이산화탄소에 비하여 지구온난화에 300여배 더 강력한 악화 요인이라고, 연구자들은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바이오 에너지 연소 시 발생하는 온실 가스 배출량 계산 과정에서의 오류가 바이오 에너지의 친환경적 장점들을 과대평가했다고 주장하는 논문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환경 훼손과 함께 식량난을 가중시키는 곡가 폭등의 주범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대부분의 곡물 수입국인 개발 도상국들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 농업국들의 신재생에너지 의무보급제도(RFS)의 철회를 외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바이오 디젤을 일반 디젤유에 소량 혼합(2%)해 시중에 공급하고 있는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이어 함유량을 점점 더 높이는 정책이 예고되어 있는데요. 고유가로 인한 서민층의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1.5배 더 비싼 바이오 에너지가 혼합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누구에게 전가되느냐는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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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의 구체적인 시행 전에 전세계적인 정책 흐름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 농업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취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의무보급제도(RFS)의 이면을 명확히 분석하고 이해하는 단계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미국과 경제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EU에서는 바이오 에너지의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기술개발로 효율성이 많이 향상된 경유엔진을 더욱 Clean화 하는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과 같이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식용 곡물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가에서는 식량안보 차원에서라도 이 제도의 시행 여부, 속도 및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선행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선진국 농업기업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의 생활 수준이 더 낮아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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