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8일 열리는 미국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직은 전초전 격이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 석유업계가 주목하는 분야 중 하나는 미국의 원유 수출이 허용되냐 입니다.
미국은 1975년부터 자국의 원유 수출 금지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데, 지난 9월10일 미국 하원 에너지·전력 소위원회는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를 해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1일에는 대이란 제재 철회와 미국 원유 수출 허용을 연계한 법안이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하이디 하이캠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찬성 13명, 반대 9명으로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상원 전체 표결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실제 금융위원회에서 법안에 찬성한 의원 중 민주당 소속은 하이캠프 의원이 유일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이란 제재 철회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모든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원유 수출 금지 해제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앞서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2016년 대선 이전에 미국의 원유 수출 허용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의회 /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대선 주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지난 9월18일 민주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청정에너지 보급을 위한 석유업계의 양보가 있는 경우에만 미국 원유 수출 허용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 의회에서 추진 중인 수출 허용 법안에 대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관련된 내용을 전혀 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관련 세제 혜택 부여, 석유산업 관련 세제 혜택 중단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른 유력 후보들은 이에 대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입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 이미지 출처 : 플리커>
현재 미국의 원유 수출을 반대하는 측은 정유업계, 찬성하는 측은 원유생산업자들입니다. 반대측은 미국의 원유 수출이 이뤄질 경우 미국 내 원유가격(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이 상승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찬성 측은 안 그래도 저유가로 어려운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남아도는 원유를 해외에 팔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원유 수출 제한 조치가 해제됐을 경우 자국 내 원유 생산량이 얼마나 증가할지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제한 조치가 해제되면 2025년 원유 생산량 전망치는 일산 946만~1363만배럴에서 최대 1410만배럴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국제유가도 수출제한 정책 유지 시 2025년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1.4달러에서 80.5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세계 석유수요 하락으로 저유가 기조까지 더해지면 55.8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미국의 원유수출 제한정책은 자국 내 원유 생산량과 수출량에 영향을 미치지만 국제유가에 미치는 요소는 다양한 가설이 전제돼 있어서 확정하기 어렵다”면서 “수출제한 조치가 유지되더라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인만큼 미국 정부는 원유 생산 증가로 원유 수입을 대체할지, 아니면 수출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원유 / 이미지출처 : 픽사베이>
그렇다면 국내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원유 전량을 수입하고 이 중 80%를 중동에서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정유업계로서는 마냥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저유가로 경영이 좋지 않은데 미국산 원유와 제품이 들어오면 정제마진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자료
– 한국석유공사, 에너지관리공단 “미국 원유 수출 허용하면(150923)”
– 한국경제 “미국 원유수출 재개 임박, 정유업 수익성 악화 대비해야
[글 유희곤·경향신문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