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달 실질적으로 타결됐다. 2012년 5월 1차 협상을 시작한 지 2년 6개월만이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 ‘빅2’ 중 하나이자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국회 비준 절차 등 협정이 발효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산업계에서는 FTA로 인한 실익 계산이 한창이다.
정유·석유화학 업종은 어떨까? 사실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만 하더라도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기대가 컸다. 세계 경기 부진과 공급 초과로 인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올 5월 누적 기준 국내 석유제품(항공유, 윤활기유, 벙커C유 등)과 석유화학제품(프로필렌, 에틸렌, 톨루엔, 벤젠, 파라자일렌 등) 수출 중 대중 비중은 각각 18%와 45%였다.
업계에서는 대형 수출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이 관세까지 철폐될 경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중국이 수입하고 있는 석유화학제품 중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제품에는 2%, 합성수지 등에는 5.5~6.5%의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SK경영경제연구소는 지난 7월 ‘한·중 FTA, 에너지화학 산업에 호재인가?’ 보고서에서 “가격으로 경쟁력이 결정되는 원자재는 관세 1~2%가 가격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최근 대중국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급감한만큼 관세 철폐는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석유제품 수입관세는 2011년 7월1일부터 대폭 인하되어 사실상 0(휘발유·벙커C유 1%, 경유·항공유 0%)인만큼 한·중 FTA가 발효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협상 결과를 본 업계 관계자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나마 FTA 효과를 볼 수 있는 품목 대부분이 ‘민감품목군’과 ‘초민감품목군’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민감품목군은 FTA에서 10년 이상~20년 내 관세를 철폐할 품목, 초민감품목은 관세 철폐에서 제외되는 품목을 뜻한다.
석유제품 중에서는 그나마 관세율이 높았던 아스팔트와 윤활유, 윤활기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민감품목군으로 분류됐다. 이에 현행 6~7%의 관세가 발효 후 15년동안 유지된다. 중국이 대만이나 동남아국가연합(ASEAN)와의 협정에서 해당 관세를 철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석유화학제품 중에서는 파라자일렌이 초민감품목으로 분류되면서 양허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최근 정유사들이 설비를 증설하면서 한·중 FTA에 대비한 게 전혀 실익이 없게 된 셈이다.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10년 내에 관세가 철폐되지만 이도 큰 이득은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값싼 석탄과 메탄올 등을 원료로 에틸렌 생산능력이 세계2위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며 “10년 뒤 중국의 자급률이 100%에 가까워져 관세철폐 효과도 얼마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유희곤·경향신문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