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AI∙DT 적용 설루션으로 미래 먹거리 확장한다
2024.09.29
▲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내 SBM(Solid Bed Merox) 공정
SBM(Solid Bed Merox)은 항공유를 생산하는 공정으로, 조등유(Raw Kerosene, 가공되지 않은 등유)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냄새를 유발하고 설비 부식을 일으키는 물질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원료 특성 때문에 SBM에서 필터링 작업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매우 높다. 주기적으로 클레이 필터(Clay Filer)(1) 내 클레이(Clay)를 교체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양의 폐기물인 스펜트 클레이(Spent Clay)(2)가 나오며, 불과 얼마 전까지 이 폐기물은 전량 매립돼 왔다.
(1) 클레이 필터(Clay Filter): 작은 알갱이로 구성된 점토형태의 충진물 필터로 등유에 녹은 계면활성제, 금속화합물 등의 불순물을 제거함
(2) 스펜트 클레이(Spent Clay: Spent Clay는 기존 Clay Filter에서 수명이 다한 즉, 더 이상 필터링이 불가한 필터링 능력 상실로 인해 교체해야 하거나 다 사용한 Clay를 Spent Clay라고 표현함
| 기존 방식과의 작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이하 울산CLX)는 SBM 공정에서 Spent Clay 매립을 종식하고 폐흡착제 수준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이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 이유는 Spent Clay가 지정 폐기물 처리 기준은 충족하지만, 폐흡착제 수준으로 재활용하기에는 잔여 Hydro Carbon(탄화수소, 이하 H/C)과 악취 수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매립 폐기물 처리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무엇보다 ESG(3) 경영 철학과 전면 배치되는 처리 방식을 더는 이어나갈 수 없었다.
(3)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에서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울산CLX의 ‘ESG 어벤져스’로 불리는 세 명! SK에너지 석유생산기술1 Unit 채명주 PM과 SK에너지 정유1 Unit 이채경 총반장, SK에너지 석유생산기술2 Unit 김승완 PM은 고민 끝에 ‘기존 작업표준을 버린다’는 초강수를 뒀다.
지금까지 SBM 공정에서 Spent Clay 내 잔여 H/C 물질을 제거해온 방식은 질소 퍼지(N2 Purge)(4)였지만, 상대적으로 수분 함량이 높은 스팀 퍼지(Steam Purge)(5)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검토를 진행한 것이다.
(4) 질소 퍼지(N2 Purge): 밀폐된 공간 혹은 장치에 포함돼 있는 탄화수소나 폭발성/연소성 가스 등 잔류 물질을 질소(N2)를 이용해 제거하는 방법
(5) 스팀 퍼지(Steam Purge): N2 Purge와 동일한 방식이나 탄화수소가 아닌 증기로 잔류 물질을 제거함
사실, Steam Purge는 과거 한차례 도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는 기술이었다. 수분 때문에 Spent Clay가 엉겨 붙어 고착화됐던 것이다. 이러한 Steam Purge 도입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ESG 어벤져스는 보다 면밀하게 검토를 진행했고, 몇 가지 유효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첫째, 현재 울산CLX에서 사용 중인 Clay(SHACNITE 136F)는 과거에 사용한 Clay에 비해 불순물 함량이 낮고 주성분인 SiO2(이산화규소) 또한 수분에 의해 고착화될 가능성이 낮았다.
둘째, 라이센서 매뉴얼에도 48시간 이내에 Steam Purge를 진행하면 고착화 현상 없이 Spent Clay를 Unloading 할 수 있다고 표기돼 있었다. 여기에 수 차례 실험을 더해 가능성을 확인한 ESG 어벤져스는 본격적인 테스트에 나섰다.
| 끈질긴 진정성으로 만들어가는 울산CLX의 ESG
ESG 어벤져스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며 장애요인을 과감하게 제거했다. 실제 공정과 흡사한 조건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하기 위해 운휴 설비(No.1 LSR Merox)를 활용했으며, 40여 톤의 Clay를 사용해 Steam Purge 테스트를 수행하는 동시에 절차를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배출한 스펜트 클레이 퍼지 가스(Spent Clay Purge Gas)의 잔여 H/C와 H2S(황화수소) 농도는 0(Zero)ppm이었다. 다음으로 실제 공정인 No.3 SBM에서 2차 테스트를 실시했고 이때 나온 Spent Clay 약 50톤을 재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약 4개월 후인 2021년 11월에 주요 공정인 No.4 SBM에 Steam Purge 방식과 Spent Clay 재활용을 모두 추진하면서 기나긴 테스트를 끝냈다. 올해 3월 기준 No.4 SBM 공정에서는 약 250톤의 Spent Clay를 폐흡착제 수준으로 만들어 시멘트 원료 등으로 지속 재활용하고 있다.
울산CLX에게 있어 이번 개선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뜻하는, ‘일방혁’의 의미를 다시 일깨운 사건이었다. 설비를 새로 도입하지도, 원료를 변경하지도 않고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과 그 생각을 현실로 만든 역량 및 패기까지 모든 과정이 일방혁다웠다.
ESG 어벤져스는 관습적으로 수행하던 처리 방법을 과감하게 버리면서 잔여 H/C가 0ppm에 도달할 때까지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Clay에 Steam Purge라는 새로운 방안을 정립한 것은 끝이자 새로운 시작으로 볼 수 있다. 모든 과정이 ESG를 향한 발걸음이자 미래를 향한 비행이었기 때문이다.
울산CLX는 SBM Spent Clay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ESG 경영에 기여하는 사회적가치(Social Value, SV)와 매립 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 EV) 창출 등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매번 기존의 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시도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ESG를 향해 나아가는 울산CLX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