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0
60년 전인 1962년 1월 27일, 영남지역의 어촌마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공포됐다. 그 해 6월 1일에는 시로 승격됐다.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공장들이 생겨났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울산이 대한민국의 ‘산업수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던 원동력은 오롯이 이 공장들과 사람들 덕분이라 단언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 (좌) 1960년대 울산 장생포항 (출처 : 울산광역시 도시경관기록 https://bit.ly/3SxguP3) / (우) 울산CLX 현재 모습
공장에 대한 국어사전의 일반적 정의는 위와 같다. 실제로 ‘공장’ 하면 떠오르는 통상의 이미지는 파이프와 투박한 건물, 발전기, 벨트 등의 모습일 테다. 업종에 따라서는 로봇 팔, 자동화 공정, 컴퓨터 등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이러한 설비들은 공장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동시에 안전, 효율, 생산, 성과 같은 공장의 키워드들을 수행해 가는 주체들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공장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 공장의 주인은 누가 뭐라해도 ‘사람’이다.
산전수전은 물론 공중전까지 겪은 초로의 마이스터든 열정과 아이디어 넘치는 신입 엔지니어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각종 설비와 씨름한다. 이들이 상대하는 설비들은 본인의 업무 툴이면서 성과 목표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굳이 절댓값으로 따진다면 업무 중 사람을 상대하는 시간이 찰나라면 설비에 쏟는 시간은 차라리 영겁이다. 내 마음에 쏙 들다 가도 때론 나를 힘들게 만들어 버리는 연인 같은 대상이며, 알파요 오메가인 존재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누구도 공장 설비의 든든함이나 변심을 이유로 소주 잔을 들이켜진 않는다. 대부분의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기계는 매뉴얼대로 움직이고 관리하면 그 뿐이다. 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매뉴얼은 아무리 둘러봐도 찾아내기 힘들다. 상대방에게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인다고 해도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좋은 얘기들을 실행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행동하더라도 언제나 통하는 것도 아니다. 동료 간에 생겨나는 소통의 왜곡과 갈등은 내가 달성해야 하는 성과와 직결되기도 하지만, 일을 떼어 놓고 생각하더라도 삶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마음을 맞대어 교집합을 넓혀가야 한다. 동심원처럼 말이다. 왜냐하면 내가 일하는 이 곳, 공장의 주인은 기계설비가 아닌 바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한 데 모여 더불어 사는 곳, 그래서 공장(工場)은 공장(共場)이다. 대한민국 산업의 첨병으로 국가경제와 지역사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곳, 그래서 공장(工場)은 공장(公場)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공(工)도 좋지만 다른 공(共∙公)의 의미를 살펴야 공장이 공장답게 운영된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에 행복 커뮤니티 센터라는 새로운 공간이 생겨난다. 구성원과 지역사회를 위한 공(公)적인 목표를 향해 구성원들이 함께(共) 참여하는 ‘행복공간 Clan’의 활동이 시작됐다. 지난 60년간 SK이노베이션의 울산CLX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을 선두에서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공(共∙公)장의 개념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행복공간 Clan은 울산CLX의 그러한 경험들과 문화를 자양분으로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예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저서 ‘두줄 칼럼’으로 화제를 모은 경희대 이동규 교수는 공감은 경청에서 출발해 감동으로 끝나는 길이라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향한 울산CLX의 첫 걸음은 경청이다. 경청이 공감을 만들어 내고 공감은 우리의 공장을 더 크고 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우리의 지난 60년이 서로의 마음을 맞대는 공감의 한 걸음 한 걸음으로 만들어져 왔음을 알기 때문이다. 행복하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내어주는 것, 그래서 공장(工場)을 공장(共∙公場)답게 만드는 것. 그것이 행복 커뮤니티 센터 건립에 담긴 속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written by SKinno News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