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0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두 시간 여를 달려 울산역 광장에 발을 딛게 되면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것은 하늘이다. 그나마 말 잘 듣던 초등학교 때 외워 댔던 ‘울산은 공업도시’라는 등식, 하늘의 배신이다. 희뿌연 회색빛 도시를 생각했던 이미지는 시린 하늘에 의해 눈 부시게 산산조각 난다. 실제로 울산의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농도는 7대 특·광역시 중 수년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오고 있다.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은 놀라움으로 치환된다.
하늘빛에 놀라 새삼스레 울산이 더 궁금해져 역 앞 가판대에 놓인 관광 안내지도를 펼쳐 든다. 두 번째 놀라움에 빠진다. 부산과 경주 사이에 터를 잡고 앉아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하는 서쪽의 영남알프스 지대부터 남한 땅에서 가장 먼저 해맞이가 이뤄진다는 동쪽의 간절곶까지 이어지는 넓은 지역이 울산이다, 대한민국 광역시 중 막냇동생이지만 섬을 제외한 면적 기준으로 할 경우 특∙광역시 중 가장 크다는 얘기를 이제서야 눈에 담는 순간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사실을 직접 확인하며 얻어지는 놀라움이다.
이쯤 되면 기분 좋은 놀라움들의 연속이다. 새롭게 만나게 될 일들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한다. 그 기분이 퇴색되기 전에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이하 울산CLX)로 향한다.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 울산의 상징 공업탑 등을 거쳐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산실로 들어선다. 여의도의 세 배 크기라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 위용에 우선 압도당한 후 세 번째 놀라움을 겪는다.
중후한 외관의 건물과 얼핏 보아도 최소한 내 나이보다 많이 먹었을 시설물들이 모여 왠지 고즈넉함마저 느껴지는 이 곳, 울산CLX. 그러나 이 곳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여느 신도시의 디지털 밸리 못지 않게 다이내믹하다. 갓 스무 살을 넘겼을 사회 초년생과 족히 한 세대 차이는 충분히 날 것 같은 선배가 자연스레 어울려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단지를 채우는 윙윙거리는 기계음보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환갑을 맞이한 중후장대산업의 현장에서 변화에 대한 그리고 미래에 대한 역동성이라는 예기치 못한 놀라움을 만난다.
울산CLX 본관에 들어가 담당자로부터 행복 커뮤니티 센터 설립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마음을 담는 새로운 도전. 이에 대한 놀라움이 울산에 도착해 맞닥뜨렸던 여러 놀라움들 중에 방점을 찍는다. 플라톤은 그의 대화편, [테아이테토스]에서 “놀라워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철학자의 상태다. 이것 말고 철학의 다른 시작은 없다”라고 말한다. 놀라워하는 것, 타우마제인(Thaumazein), 그렇다면, 울산에서 만난 놀라움들도 혹시 어떤 철학적 의미가 있는 걸까.
이어령 선생은 타우마제인을 말하면서 물음표에 느낌표가 따라붙지 않으면 빈 깡통이라고 일갈했다. 그렇다, 머리에만 맴돌고 있던 거짓 지식이 해소될 때 우리의 감정은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Eureka)’ 를 외치듯 느낌표로 마무리된다.
울산역에서 만난 두 번의 놀라움, 푸른 하늘과 4절지 크기 관광 지도는 직접 보고 듣기 전까지는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는 답을 알려주었다. 울산CLX에서 환경을 바꿔 나가는 사람들을 만나 느낀 놀라움은 더없이 선명한 느낌표를 안겨준다. 길이도 굵기도 쓰임새도 다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파이프라인들이 얽히고 얽혀 공정이 이뤄지듯이 세대, 성별, 경험 등 다양함 속에서도 하모니를 이뤄내는 사람들이 있고, 한 치의 실수도 용납지 않는 공장 곳곳의 위험 시설물만큼이나 신중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 않는 사람들이 있으며, 24시간 끊이지 않는 동력처럼 역동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그리고 이들이 열망과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면. 거기에서 얻어지는 믿음의 느낌표는 머리가 아닌 가슴에 새겨질 테다.
굳이 플라톤의 말을 대입하지 않더라도 이번 울산 출장에서 만난 이러한 놀라움들 속에 공통된 감정을 발견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푸른 하늘을 만나는 것, 막연한 생각을 사실로 확인해 내는 것,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그리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 아! 상상만 해도 행복한 일이고 행복한 출발이다.
사실 이 일은 울산CLX 행복 커뮤니티 센터를 위해 모인 행복공간 Clan의 구성원들이 이미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길을 행복의 여정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그 여정이 쉬운 길만은 아니겠지만 결국에는 놀랍도록 행복한 느낌표들로 가득 채워질 것임을 믿는다.
▲ (좌측) 1962년 대한석유공사(유공)의 준공 모습 / (우측) 현재 SK이노베이션 울산 CLX의 모습
“저희는 공간이 마음을 담는다고 생각해요.
지난 60년간 이 곳 울산CLX를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 공간의 역사는 계속 지켜나갈 거예요.
하지만 새로운 60년을 담기 위해서는
우리가 예전보다 많이 성장했으니 새로운 공간도 필요하더라고요.
행복 커뮤니티 센터에는 묵묵히 이 곳을 지켜온
우리 구성원의 마음을 담아 보고 싶네요.”
written by SKinno News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