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0
“장소가 달라지면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사람도 달라진다” 세계적인 작가이자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행복의 건축(The architecture of happiness)>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주변 환경, 즉 저마다의 일상과 시야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건축물에 영향을 받는다고 전제한다. 의미를 깊게 파고들지 않더라도 공간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는 평범한 경험만으로도 건축과 인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에 대한 그의 견해에 쉽게 수긍이 된다.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일은 단순히 세련된 신축 건물을 짓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마련이다. 공간 안에는 사람의 온기가 퍼지고, 이야기가 피어나며,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어떤 공간이냐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지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의 성격도 변한다. 그래서 좋은 건축을 위해서는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앞서 ‘무엇을 품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이하 울산CLX)에 새롭게 들어설 ‘행복 커뮤니티 센터(행복 Community Center, 이하 행복 CC)는 ‘행복’을 가장 앞 단에 품고 있다. 건축물의 이름 자체부터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있는 셈이다. 구성원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나아가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이뤄지는 곳. 어떤 콘텐츠로 이 정체성을 세울 수 있을지 해법을 찾아낼 적임자는 결국 당사자인 울산CLX 구성원들이다. 그들이 ‘행복공간 Clan’이라는 이름으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여정에 나서고 있다. 세대공감, 직위호칭 개선에 이은 울산CLX 행복협의회의 세 번째 활동이다. 이제 행복공간 Clan이 구성원의, 구성원에 의한, 구성원을 위한 행복 CC의 설계도를 그려간다.
| 왜 행복공간일까?
1962년,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역사를 써 나가기 시작한 울산CLX 내에는 성장의 상징이자 역사적 건물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이는 거꾸로 보면 노쇠화 된 공용 건물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또한 시장 환경변화에 따라 각각의 새로운 생산시설들이 우선적으로 지어져 들어서다 보니 구성원들의 행복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나 시설이 지금의 관점에서 볼 때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울산CLX 곳곳이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보안 시설로 지정되어 있어 홍보/전시 공간이 폐쇄적‧제한적으로 운영되어 온 점도 지역사회와의 소통 저해 요소 중 하나였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전격적으로 추진 중인 행복 CC 건립은 이와 같은 문제와 필요에서부터 출발했다. 울산CLX의 위상을 담은 상징적인 건물이 될 수 있는가? 구성원이 즐기고 소통하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인가?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인가? 울산CLX의 내일을 그릴 수 있는 혁신의 공간인가?
행복 CC 건립에 앞서 따라붙는 물음표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결국 하나로 통한다. 구성원의 행복과 복지를 위한 공간이라는 것, ‘행복’이라는 두 글자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사실이다. 구성원에게 딱 맞는 공간 구성으로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사회와 공유 인프라로써 상생의 가치가 더해지며, 행복 스토리가 있는 플랫폼! 행복 CC는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까.
건물 자체가 행복을 줄 수는 없다.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낼 구성원이 행복을 만드는 법, 그 행복의 방향을 가장 잘 아는 구성원의 아이디어가 공간에 채워질 때 가장 진정성 있는 행복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게 행복 CC는 행복공간 Clan과 함께 공간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 왜 ‘행복공간 Clan’이 함께할까?
울산CLX는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더 큰 행복을 만들어 가자는 모토로 ‘울산CLX 행복협의회’라는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노사가 ‘행복’을 테마로 공식기구를 운영하는 것은 대한민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행복’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방증이다. 2020년 첫 번째 의제로 ‘세대공감’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을 진행했고, 2021년에는 ‘직위호칭 개선’ 의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구성원들이 행복을 스스로 고민하고 바람직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New SK이노베이션’의 토대를 더욱 단단히 다져왔다. 그리고 올해 ‘행복공간’을 향한 세 번째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이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는 주체는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컨설팅 회사도 아니고 회사에서 특별 임무를 부여받은 별도의 전문가들도 아니다. 바로 구성원들 자신이다.
직군, 세대, 성별, 근무 형태를 고려해 균형 있게 선발된 16명의 행복공간 Clan은 2022년 6월 중순 활동을 시작해 9월까지 3개월 동안 활동할 예정이다. 행복공간 Clan의 가장 큰 역할은 행복 CC의 주인이 될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취합해 공간 디자인에 반영할 구체적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이다. 체계적인 의견 수렴을 위한 설문조사와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우수 사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견학에 나서는 등 역동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간을 위해 시민 인터뷰 자료를 준비하고 공부하며 행복 CC가 울산CLX는 물론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상생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방향을 설계하고 있다.
근사한 건축물은 많다. 직원 복지를 앞세운 사옥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공간을 가장 분주하게 누빌 구성원이 주체가 되어 함께 만들어가는 건축물은 과연 얼마나 될까? 행복공간 Clan은 구성원의 눈높이에서 아이디어를 모으는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기업문화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덕에 우리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어떤 건물이 아름답다고 묘사하는 것은 단순히 미학적으로 좋다는 뜻 이상이다. 아름답다는 느낌은 좋은 생활이라는 우리의 관념이 물질적으로 표현되었을 때 얻는 것이다’라고 알랭 드 보통이 말했듯 말이다. 구성원이 주도적으로 조직문화와 공간을 일구는 울산CLX의 또 한 번의 혁신, 울산CLX 행복협의회의 세 번째 도전인 행복공간 Clan이 어떤 행복공간을 그려갈지 그 생생한 이야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