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ESG 경영 심층기획] 3. SK이노베이션의 ESG, ‘그린밸런스 2030’ 현장을 가다 ① 화학 제품으로 다시 태어난 폐플라스틱
2020.12.03 | SKinno News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는 ESG*. SKinno News가 SK이노베이션의 ESG 경영 현황과 의미, 시사점 등을 살펴본 데 이어, 이번에는 SK이노베이션의 ESG 경영 현장을 직접 찾았다.

(*)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에서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01 | 전 세계는 지금 폐플라스틱과 전쟁 중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지난해 말 발간한 연구보고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플라스틱 관리전략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7년 기준 3억 4천 8백만 톤. 이로 인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2016년 기준 약 2억 4천 2백만 톤으로 전체 생산량의 72%에 해당한다. 플라스틱은 소비재부터 산업재까지 활용범위가 매우 광범위해 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데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배달 등이 더욱 활발해짐에 따라 일회용 용기 사용 등이 늘어나면서 폐기물은 더욱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 자료 출처 :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2019년 12월 31일 발간한 연구보고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플라스틱 관리전략 연구’

 

플라스틱을 잘 쓰고 잘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폐플라틱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은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 단계에서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업 차원의 움직임이 중요해진 이유다.

 

02 | 폐플라스틱으로 화학 제품을 만든다?!

 

폐플라스틱의 놀라운 변신, 그 시작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서였다. 그곳에서 만난 SK이노베이션 기술전략실 박재영 부장은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건 SK종합화학과 함께 주친하고 있는 열분해 유화 기술”이라며 “열분해유의 활용도를 높인다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플라스틱 섬과 같은 환경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좌) SK이노베이션 기술전략실 박재영 부장(왼쪽)과 열분해유로 만든 솔벤트 시제품을 들고 있는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연구원(오른쪽) / (우) SK이노베이션 기술전략실 박재영 부장이 열분해유로 만든 솔벤트 시제품을 들고 있다.

 

열분해 유화 기술은 통상적인 플라스틱∙비닐 제조 기술을 역으로 구현해낸 것으로, 폐플라스틱∙폐비닐을 무산소 조건 하에 3백~5백℃로 가열 분해해 석유화학 원료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열분해 유화 기술에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SK종합화학 SV기반 BM혁신 추진 Squad 이종혁 PO는 “SK종합화학이 ESG 경영의 한 축으로,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열분해를 통한 자원순환경제를 구축하겠다는 차원”이라며 “이것이 비즈니스화 되면서 경제적 가치(EV, Economic Value)까지 창출할 수 있는 DBL** 모델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 DBL(Double Bottom Line) :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사회적가치(SV, Social Value)도 동시에 추구하는 SK그룹의 경영철학

 

 

물질 재활용은 플라스틱의 물성 및 오염 등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재활용이 어려워 폐플라스틱 재활용률 증가를 위해서는 열분해유 등을 활용한 화학적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SK종합화학과 함께 그간 쌓아온 석유화학 제품 처리 노하우와 연구개발 역량으로 폐플라스틱에서 뽑아낸 열분해유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이를 다시 친환경 솔벤트(Solvent)***와 윤활기유**** 시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 솔벤트(Solvent) : 세정제, 페인트 희석제, 화학공정 용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화학 제품

(****) 윤활기유 : 엔진오일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 윤활유를 만드는 주원료이자, 품질을 결정 짓는 핵심 재료

 

▲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연구원들이 (왼쪽부터) 재활용 원료가 되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열분해유로 만든 솔벤트 시제품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공은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열분해유를 다시 고품질 화학물질로 만들기 위해서는 화학반응의 원인이 되는 불순물 관리가 특히나 중요한데, 열분해유는 흙먼지, 음식물 찌꺼기 등과 같은 오염물질이 묻은 폐비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다 보니 불필요한 성분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 또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염화비닐(PVC)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폐플라스틱이 무분별하게 혼합 배출되고, 복합재질로 구성돼 있는 제품들도 많아 균일한 품질의 화학 제품으로 다시 만드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박재영 부장은 “기존 제품 수준의 성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폐플라스틱의 특성을 살려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며 “축적된 촉매·공정 기술을 활용하여 폐플라스틱에 특화된 불순물 제거 기술을 개발했고, 고객사로부터 기존 제품 대비 냄새에 강점이 있다는 피드백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선보인 열분해유 시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불순물 함량을 대폭 줄인 것이 특징이다. 시제품 중 하나인 솔벤트는 파라핀 함량이 높고 냄새가 적으며, 윤활기유 역시 그룹Ⅲ+급의 최고급 기유를 만들기에 적합한 성질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은 폐플라스틱에 특화된 불순물 저감 기술로 국내에서 열분해유 제조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

 

▲ 폐플라스틱∙폐비닐을 공급받아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제주클린에너지

 

앞서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7월, 우수한 열분해 유화기술을 보유한 ‘제주클린에너지’와 MOU를 맺은 바 있다. 제주클린에너지는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산하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 회원사로 등록되어 있으며, 지난 2013년부터 제주도 내에서 열분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재영 부장은 “판매처 확보가 쉽지 않다 보니 열분해유 생산을 아예 중단한 업체들이 최근 발생하고 있다”며 “양질의 열분해유 생산을 통해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제주클린에너지 등 중소기업과의 기술 공유를 통한 상생 모델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03 | ‘그린밸런스 2030’ 달성을 위해 계속해서 달린다

 

이처럼 폐플라스틱을 화학 제품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것은 SK이노베이션의 ESG 경영 전략의 실체적인 방법론인 ‘그린밸런스 2030(Green Balance 2030)’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비전으로 선포한 그린밸런스 2030은 오는 2030년까지 새로운 10년간 SK이노베이션 계열 차원에서 환경 부정 영향을 넘어서는 환경 긍정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ESG경영_정인보추진단장_칼럼_표이미지1

▲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축소하고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환경 긍정 효과를 적극 창출하는 SK이노베이션의 비전 ‘그린밸런스 2030’

 

하지만 그린밸런스 2030 달성을 위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 국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하 석대법)’ 상 SK이노베이션은 석유 및 석유제품만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생산한 열분해유는 상업적인 용도로 정제할 수 없다. 아울러 ‘폐기물관리법’ 상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발전용 연료와 같이 산업용 에너지원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를 제한하고 있다. 즉, 현재 열분해유는 연료유로만 상업적 판매가 가능하고, 그 외 다른 석유화학 제품으로 판매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SK이노베이션은 석대법 상 열분해유를 석유 및 석유제품에 포함하도록 하고, 폐기물관리법상 재활용 가능 유형에 열분해유 관련 조항을 신설할 것을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에 건의하고 있다.

 

▲ (좌) SK이노베이션 촉매 platform 이호원 수석연구원이 열분해유로 만든 솔벤트 시제품을 들고 있다. / (우)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연구원이 열분해유로 만든 솔벤트 시제품을 들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SK이노베이션 기술전략실 조상현 TL은 “폐플라스틱을 가지고 화학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환경과학기술원 내 각 조직들과의 협업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앞으로 환경과학기술원에서는 다양한 친환경, 고기능성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폐자원으로부터 얻어진 원료로 다양한 재활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환경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 11월 18일 진행된 ‘2020 대한민국 친환경 패키징 포럼’ 중 ‘Recycling : Material Supplier & Convertor’를 주제로 한 세 번째 세션에서 SK이노베이션 기술전략실 조상현 TL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조상현 TL은 더불어 “내년부터는 SK이노베이션 계열 자회사들과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열분해유를 통해 플라스틱 원료까지 생산하는 과제에 도전할 것”이라고 야심찬 포부도 내비쳤다.

 

 

관련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