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0
| 구슬이 서 말이라도 ‘제대로’ 꿰어야 보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다듬고 정리해 쓸모 있게 만들어야 가치가 있다는 진리. 그런데 한 걸음 들어가서 보면 구슬 서 말을 꿰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일단 무턱대고 꿴다고 그것이 보배가 될까? 분명 간단치 않은 일이다. 세대공감 Clan의 고민이 깊어진 지점도 여기다.
‘세대공감 Survey’라는 서 말의 구슬들이 놓여 있다. 구슬들을 보면 욕심이 난다. 그래서 무작정 꿰기 시작한다면? 보배로 만들기 위해 꿰는 게 아니라 꿰는 것 그 자체를 위해 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서두르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핵심 메시지로 중심을 잡고 차근차근 방향을 구체화시켜갔다.
‘세대공감 지도’를 만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설문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짚어보고 이를 통해 하나의 방향, 최종 목표에 이르는 종착지의 모습을 그려봤다. 출발 지점과 목적지가 정해졌으니 길을 선택해야 하는 순서. 문제점들과 그에 맞는 해결 방향 등을 검토했다. 이제 ‘세대공감 과제’를 끌어내기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빠른 길 대신 두 차례의 심층 워크숍을 거치며 신중하고 치밀하게 과제에 접근해갔다. 전 세대를 아우르며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공감’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안겨준 까닭이다.
“사실 쉽게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내용이 정리된 다음에도 질문이 멈추지 않았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을 더 생생히 알 수 있었어요.”
“주제에 따라 조를 나눠 논의한 것도 효과적이었어요.
겉핥기식이 아니라 주어진 주제에 대해 깊숙이 파고들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우리는 설문 조사라는 구슬을 꿰면서 세대공감에 한 발 더 다가섰고, 울산CLX의 변화도 그만큼 가까워졌다.
| 우선순위를 찾아가는 세대공감 지도
“와, 설문조사 결과가 한눈에 보이네요.” 설문조사 결과를 ‘인식 차이 수준’과 ‘해결 필요성’ 두 축으로 정리한 ‘세대공감 지도’가 등장하자 Clan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미처 생각지 못한 세대갈등 요인까지 가감 없이 드러난 지도. 스스로도 몰랐던 민낯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기분이랄까. 이내 어색하기도, 부끄럽기도 한 공기가 채워졌다.
▲ 울산CLX의 세대공감 지도
하지만 이것이 Clan 간의 첨예한 이견을 불러일으킬 줄은 미처 생각치 못했다. 세대공감 지도에서 세대공감 Clan이 집중적으로 해결할 문제를 선정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격론의 장이 되었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다 좋은데 이 문제를 우리가 다 해결할 건 아니죠. 그건 무리예요.” 고연차 선배의 현실적인 의견이었다. “맞아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연차 후배의 맞장구가 이어졌다. 그렇다면 고민은 하나, 무엇을 선택하여 집중할 것인가? 답은 쉽게 나올 거로 생각했다. 인식 차이 수준과 해결 필요성이 동시에 높은 문제점에 집중하면 간단할 일.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이견이 나왔다. “세대공감은 세대 전체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지요. 세대별로 인식 차이가 큰 문제보다는 전 세대가 공통으로 공감하는 문제에 본질적으로 접근해보는 건 어떨까요.” 현장의 생리를 잘 아는 고연차 선배의 허를 찌르는 지적이었다. 취지와 방향이 좋다 한들 구성원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변화는 추진력을 잃고 만다. 수직적인 문화, 세대 간의 낮은 이해도 등 세대 간 인식 차이는 크지 않지만, 해결 필요성이 높은 문제부터 시작해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사실 인식 차이가 큰 문제는 저연차만 느끼는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이보다는 모두가 공감하는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한다면 현장 구성원들도 세대공감 이슈를 더 빨리 받아들일 것 같네요.” 동조 의견이 더해졌다.
제법 심각하게 이야기를 듣던 저연차 Clan은 조심스럽게 다른 시각의 의견을 제시한다. “세대공감 Clan을 구성한 이유는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하라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인식 차이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면 너무 평이한 과제만 도출될 것 같아요.” 조직문화를 스스로 바꿔보자는 야심찬 출발에 걸맞은 해결과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늘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몇 년째 변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손으로 직접 조직 문화를 바꿀 절호의 기회잖아요. 해결 필요성이 높고 인식 차이 수준이 높은 영역에 집중해서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저희가 할 일인 것 같아요.” 세대공감 Clan의 정체성과 역할에 초점을 맞춘 의견이 더해졌다.
변화가 쉽지 않음을 여러 차례 겪어온 고연차 선배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에 마음이 끌린다. 반면 앞으로 10~20년 현장을 이끌어갈 중,저연차 후배들은 근본적인 변화에 갈증을 느낀다. 잠깐의 정적 후 먼저 입을 연 고연차 선배, “세대공감 Clan 출범은 세대공감 문제를 깊숙하게 다룰 절호의 기회가 맞잖아요. 멀리 본다면 후배들의 의견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잠시간의 갈등은 세대공감 Clan이 짊어진 책임 아래 봉합되었다. 묵직한 사명감을 되새기며 최종적으로 가장 심각하고 시급한 문제에 집중하기로 결론을 냈다.
| 그래서 우리는 어디에 도달할 것인가?
다음 단계는 최종 목표를 담은 ‘End Image’ 설정이다. 뚜렷한 목적지가 없으면 방향을 잃게 된다. 세대공감 Clan의 궁극적 목표로 이끄는 힘이 있는 메시지.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이미지 설정을 막기 위해 기본 뼈대로 삼을 문장이 먼저 주어졌다.
‘구성원 간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각자가 책임과 역할을 다하며,
체계적인 기술 역량의 전수-유지-발전을 통해 사람이 성장하는 울산CLX’
Clan들은 일제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문장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세대공감이라는 메시지가 선명하지 않다는 아쉬움은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졌다. 부족함을 느끼는 건 오히려 반가운 일이었다. 세대 구별 없이 End Image를 도출하는 논의가 어느 때보다도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짧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라야 한눈에 쏙 들어오지 않겠어요?” “함축적인 슬로건을 만들고, 위 문장은 부제로 활용하는 건 어떨까요?” End Image의 문장 구성에 관한 논의가 한참 이어진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내용에 대한 고민이 더했다. “세대공감이 사라지고 조직의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았나 싶어요.” “세대공감은 자연스럽게 조직 발전으로 이어지므로 세대공감 자체를 목적으로 고민하도록 하죠.” 세대공감이라는 주제가 좀 더 드러나야 한다는 의견까지 모두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End Image는 세대공감 Clan 활동을 한눈에 보여주는 목표여야 하기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 아래의 핵심 질문을 바탕으로 문장과 메시지를 다듬었다.
• 세대공감을 통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울산CLX의 모습은 무엇일까?
• 세대 공통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인가?
• 회사의 경영 목표/방향, 구성원의 행복과 align 되어 있나?
세대를 뛰어넘어 수평적으로 의견이 오간 결과 ‘슬로건+부제’라는 형식을 먼저 결정했다. 그리고 Clan을 대상으로 슬로건 아이디어를 공모해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했다. 세대공감 Clan 커뮤니티에 속속 문구가 도착했다. 그 문장들에는 ‘행복’, ‘공감’, ‘존중’, ‘이해’, ‘배려’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했다. 전 구성원이 세대공감을 쉽게 이해하면서 지속적인 캠페인 문구로 활용할 수 있는 슬로건은 무엇일까?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은 끝에 세대공감을 위해 울산CLX 구성원 모두가 명심해야 할 자세를 담은 글귀가 확정되었다.
▲울산CLX 세대공감 Clan의 최종 End Image
| 울산 CLX 세대공감, 밑그림 완성
두 차례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하며 세대공감 Clan이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간추리고, 최종 목표를 다듬었다. 또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방향성을 정하고 어떤 장애가 발생할지도 점검했다. 이를 위해 개인과 조직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퍼즐을 맞추듯 문제를 묶고 방향을 설정하며 ‘세대공감 Big Picture’라는 기본 틀을 완성했다.
▲ 울산CLX 세대공감 Big Picture
Clan이 모든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아이디어를 모은 끝에 드디어 준비 단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울산CLX 구성원과 조직을 실질적으로 바꿔 갈 구체적인 세부 과제 도출이다. 이를 위해 세대공감 Clan은 다시 머리를 맞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