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엔무브, ‘핸드볼 교실’ 열고 발달장애 아동 자립 돕는다
2024.11.24
작년 11월 24일 개막 이후 3개월여 일정으로 대한민국 핸드볼 최강팀을 가려온 2019~2020 SK핸드볼코리아리그가 3월 12일 부문별 수상자 발표를 끝으로 종료됐다. 이 중 감독상의 영예는 우승팀인 SK슈가글라이더즈 박성립 감독에게 돌아갔다. 대한민국 남자 핸드볼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스타플레이어가 지도자로서의 스토리를 어떻게 써나가고 있는지 만나본다.
01 | SK슈가글라이더즈, 절치부심 끝에 왕좌를 되찾다
1년이면 충분했다. 국내 핸드볼 최강자를 가리는 SK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우승은 SK슈가글라이더즈의 몫이었다.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부산시설공단에 우승컵을 넘겨준 후 절치부심한 끝에 왕좌를 되찾았다.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프론트 등 모두가 우승의 주역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박성립 감독의 감회는 남다르다.
“지난 일 년 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작년 봄 불의의 사고로 힘든 날들도 있었고 선수들의 부상, 슬럼프 등 어려움의 연속이었죠. 그래서 더욱 영광스럽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 사진 출처 : 대한핸드볼협회
대한민국 남자핸드볼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박성립 감독. 스타플레이어는 감독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 때문일까. 그에게 ‘우승’이라는 단어는 매우 익숙할 만한데 이번 ‘우승’만큼은 다른 의미가 있는 듯했다.
02 | 선수 박성립, SK슈가글라이더즈의 감독으로 우승의 영광을 얻기까지
실제로 그의 선수 시절은 화려했다. 대학교 2학년이던 1993년 국가대표로 발탁돼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거머쥘 때 주역으로 활약한 것을 시작으로 8년간 태극마크를 달았다. 역대 최강팀이자 ‘드림팀’이라 불리며 메달을 기대했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 멤버이기도 한 박 감독은 윤경신, 최현호 등과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가 1996년 전국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당시 한 경기 최다골인 17골을 기록한 것은 지금도 전설 같은 일로 남아있다.
지도자로서도 인정을 받아왔다. 2004년 코로사(2016년 해체)에서 지도자로 첫발을 뗀 뒤 인천도시공사, 구리여고, 한체대 감독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 남자주니어대표팀을 이끌어 왔다.
그러던 그에게 지난 2년은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다. 2017년 여름, 그에게 SK슈가글라이더즈 감독직이 제안됐다. 그로서는 여성 실업팀을 맡아 본 경험이 없었고 게다가 당시 SK슈가글라이더즈는 창단 5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제패해 부담이 많은 자리였다.
“통합 우승팀 감독 제안은 영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챔피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히 컸습니다. 제의를 받고도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한 생각이 계속 강하게 들었습니다”
– 사진 출처 : 대한핸드볼협회
그가 SK슈가글라이더즈 감독을 맡고 처음으로 임했던 2018~2019 SK핸드볼코리아리그는 역대급 혼전이라 불렸다.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SK슈가글라이더즈는 막판에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삼척시청과의 승부던지기 끝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하지만 박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을 선수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갑작스런 사고였다. 선수들은 오히려 의기투합했지만 ‘어벤져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부산시설공단과 3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1승2패로 챔피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두가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했던 결과를 이번 우승으로 여실히 보여준 것 같아 지도자로서 굉장히 영광스럽습니다. 우리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와 자랑스럽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사진 출처 : 대한핸드볼협회
박 감독은 우승의 키 포인트를 ‘조화’라고 얘기한다. SK슈가글라이더즈는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한 어린 선수들이 많았다. 노련미 있는 선수들과 루키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고 선·후배 선수들 간의 시너지 효과가 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03 | 박성립 감독이 말하는 ‘관계’의 중요성
그는 핸드볼 선수 및 감독으로 지내온 그 동안의 시간들을 되돌아볼 때 지도자로서 중요한 것은 ‘관계’라고 강조한다.
“선수들과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수들과 많이 대화하고 의견을 들으며, 선수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왜 그렇게 하고 싶은지’를 선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많이 알게 되고, 선수들과 신뢰와 유대감도 생기죠”
박 감독이 얘기하는 ‘관계’는 지도자와 선수간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SK슈가글라이더즈는 경기도 광명시에 새롭게 둥지를 틀며 올해를 맞이했다. 광명시를 홈구장으로 결정하게 된 계기는 광명도시공사와의 인연 때문이다. 작년 10월, 광명도시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광명시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 등에 동참하면서 이런 ‘관계’로 발전하게 됐다.
“홈구장이 생기면서 확실히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최소한 ‘홈구장에서 펼치는 경기는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생기는 거죠”
박 감독은 광명시와의 인연과 관계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더 깊어졌던 것처럼 사회와 함께 하는 SK슈가글라이더즈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스포츠 구단에게 가장 필요한 건 당연히 ‘성적’일테고 SK슈가글라이더즈는 여기에 ‘함께’라는 가치를 덧붙였습니다. SK인천석유화학과 함께 발달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희망키움 핸드볼교실’, ECT 프로그램*의 발전과 핸드볼 저변 확대를 위한 ‘길거리·비치 핸드볼 무료 강습회’ 등이 떠오릅니다. SK슈가글라이더즈 고유의 역량과 가치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분들과 함께 하면서, 우리 구단의 가치와 함께 사회적가치까지 동시에 함양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 ECT(Exercise Changes Thinking) 프로그램 : SK슈가글라이더즈와 삼육대학교 생활체육과 학생들이 유소년들의 건강한 성장과 두뇌·정서 발달을 위해서 개발한 ‘손으로 하는 공놀이’ 기반의 다양한 스포츠 놀이 프로그램
▲ 핸드볼 저변 확대를 위해 지난해 8월 진행된 ‘길거리·비치 핸드볼 무료 강습회
이런 활동들은 그에게 핸드볼이 얼마나 다양한 행복감을 일깨워 줄 수 있는지 알려준다.
“‘희망키움 핸드볼교실’을 진행했을 때를 말씀드리고 싶네요. 핸드볼교실이 끝나갈 때까지 발달장애 학생들이 핸드볼을 어려워하더라고요. 내심 아쉬웠습니다. 그 학생들의 핸드볼 학습효과에만 관심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학생들의 웃음과 활기찬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누군가에게는 공으로 게임하고 노는 것 자체가 도전이고,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핸드볼이라는 스포츠가 다양한 모습으로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지난해 6월, SK슈가글라이더즈와 SK인천석유화학이 함께한 ‘희망키움 핸드볼교실’
04 | 박성립 감독이 꿈꾸는 대한민국 핸드볼의 행복한 미래
국내 최대 핸드볼리그가 끝을 맺었다. 코로나19로 한 달 이상 리그가 단축되어 종료됐다. 감독이나 선수들로서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시즌 중 ‘닥공(닥치고 공격)’ 핸드볼로 실업구단 중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했던 SK슈가글라이더즈여서 더욱 그럴 것이다. 해마다 SK핸드볼코리아리그는 명승부가 속출하고 있다.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는 절대강자가 없는 혼전의 연속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가운데 SK슈가글라이더즈는 올해 전국체전, 2020-2021 SK핸드볼코리아리그 우승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명승부가 늘어나고 스타플레이어가 많아질수록 팬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사회와 함께 하는 핸드볼 활동이 늘어날수록 핸드볼을 즐기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핸드볼 드림팀 멤버였던 박 감독의 행복한 바람이다.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이 많이 늘어 기분이 좋지만,
그분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도 느낍니다.
좋은 경기와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05 | 공격포인트 1위 유소정, 이제는 에이스 조수연의 끝나지 않은 얘기들
이번 시즌 우승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우승의 주역이었지만 2019~2020 SK핸드볼코리아리그 공격포인트 1위를 기록한 유소정 선수와 2년 전 우승 당시 신인상을 받은 후 이제는 에이스로 성장한 조수연 선수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이 두 선수는 마지막 대구시청과의 경기에서 사이좋게 7골씩 넣는 활약으로 마지막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들의 일상과 얘기들을 지금 영상으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