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는 전기차 배터리… SK이노베이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정조준
2021.08.13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8월 1일(현지 시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는 올해 6월 전 세계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를 포함해 60만 5천여 대의 전기차가 팔렸으며, 이는 지난해 6월보다 1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EU(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7월 14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종합대책인 ‘피트 포 55′(Fit For 55)를 발표한 바 있다. EU의 ‘피트 포 55’의 주요 법안 중 하나는 ‘차량 탄소배출 억제’로, 2030년부터 신규 차량의 탄소배출량을 2021년 대비 55% 줄이고, 2035년부터는 100%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2035년부터 EU 27개 회원국에서 내연기관(휘발유, 디젤 등) 차량의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EV볼륨즈는 2030년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2,740GWh에 달할 것이라 전망한다. 업계에선 급증한 전기차 배터리 수요만큼, 평균 6~10년 정도의 수명을 갖는 배터리 교체로 인한 폐배터리 대량 배출도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Guide House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올해 1.2GWh 규모에서 2030년 136GWh로 113배 이상 급성장할 전망이다. SNE리서치도 2030년 폐배터리 시장 규모가 181억 달러(한화 약 21조 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의 경우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기차 폐배터리 배출 규모가 올해 104톤에서 오는 2029년 1만 8천 7백여 톤으로 약 100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폐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이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가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폐배터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인해 수명이 끝난 배터리의 재사용 및 재활용 방안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에서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 배터리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발걸음① – 폐배터리 재사용

 

전기차 배터리는 셀(Cell), 모듈(Module), 팩(Pack)으로 구성돼 있다. 배터리의 최소 단위는 각종 원재료로 이뤄진 셀(cell)이며, 이 셀을 외부 충격과 열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정 개수를 프레임에 넣은 것이 모듈(module), 모듈에 BMS(Battery Management System)와 냉각 시스템 등의 제어 및 보호시스템을 장착한 것이 팩(Pack)이다.

 

재사용’은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나 폐배터리의 용도를 바꿔 말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폐배터리의 잔존에너지와 배터리 충·방전 상태 등을 진단하고, 잔존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된 배터리를 모듈 또는 팩 단위로 재사용하는 것이다.

 

배터리 재사용의 대표적인 사례는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장치)로의 활용이다. 업계에선 배터리를 ESS로 사용할 경우 잔존 용량이 50%로 떨어질 때까지 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美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는 잔존 용량이 70% 수준으로 떨어져 수명이 끝난 배터리도 ESS로는 추가로 10년을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폐배터리는 ESS 외에도 비상전원장치나 전기를 사용하는 각종 모빌리티 등에 재사용할 수 있기에 순환경제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 배터리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발걸음② – 폐배터리 재활용

 

일반적으로 재사용에 적합하지 않은 배터리나 재사용이 끝난 배터리는 배터리 재활용에 들어간다. ‘재활용’은 분리, 기계적 파쇄/분쇄, 화학 처리 등의 과정을 통해 수거된 폐배터리에서 니켈(Nickel), 코발트(Cobalt) 등의 가치있는 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의 약 7%를 저감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가치있는 금속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전처리 공정이 필요하다. 이는 방전된 폐배터리를 비활성화(Deactivation)한 뒤 물리적으로 해체해 철,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부품을 회수하고, 이후 기계적으로 파쇄/분쇄를 통해 리튬(Lithium), 니켈, 코발트, 망간(Manganese) 등이 가루 형태로 혼합된 검은색 분말 ‘블랙 파우더(Black Powder)’를 제조하는 공정이다.

 

전처리 공정 후 재활용 기술은 다시 건식 공정, 습식 공정, 다이렉트 리사이클링(Direct Recycling) 3가지로 나뉘며, 이를 후처리 공정이라고도 한다. 우선 건식 공정은 폐배터리의 고온 용융** 환원 과정을 거쳐 니켈, 코발트, 구리 등을 추출한다. 습식 공정은 전처리를 통해 제조된 블랙 파우더를 산에 녹여서 정제 화학물 또는 금속 등의 형태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다이렉트 리사이클링 방식은 양극 활물질을 재생양극 활물질로 만들어 실제 부품에 적용하는 것으로, 아직까지 해당 방법으로 양산에 돌입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용융(熔融) : 일반적으로 고체가 가열돼 액체가 되는 변화를 말한다 – 출처 : 화학대사전

 

 

| SK이노베이션,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도한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1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Story Day)’에서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발표했다.

 

▲ 지난 7월 1일,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이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회사의 정체성을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김준 총괄사장 등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이 밝힌 파이낸셜 스토리의 핵심은 한마디로 ‘Carbon to Green’, 즉 탄소 중심의 사업 구조를 그린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으로, ▲(Green Anchoring) 배터리를 중심으로 분리막, 폐배터리 재활용(Battery Metal Recycle, BMR) 등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 ▲(Green Transformation) 기존 사업을 플라스틱 리사이클 등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 ▲온실가스 배출 0(제로)인 넷 제로(Net Zero) 조기 달성 등 크게 3가지의 핵심 전략으로 요약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배터리에서 배터리를 캔다’는 목표 아래, 그간 축적된 정유공장 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수산화리튬 추출(회수) 기술을 자체 개발해 54건의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포함된 가치있는 광물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폐배터리 양극에서 NCM811*** 등과 같이 하이 니켈(High Ni) 배터리의 양극재 제조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수산화리튬(LiOH) 형태로 리튬 회수가 가능한 독자기술을 개발했다.

(***) NCM 811 :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이 ‘8:1:1’인 배터리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에 있어 양극에서 회수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핵심 물질을 추출해내는 것은 이미 상용화돼 있지만, 리튬을 고순도의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은 지금까지 없었다.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한 수산화리튬 회수 기술을 활용하면 니켈, 코발트 등의 핵심 원재료를 보다 많이 고순도로 추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수산화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을 활용하면 탄소배출권 확보에도 유리하다. SK이노베이션의 수산화리튬 추출 기술은, 광산이나 염호에서 리튬을 채굴하고 가공할 때보다 탄소발생량을 40~70%까지 줄일 수 있다. 최근 일부 유럽 완성차 기업들이 협력업체에게 부품 생산 과정 중의 탄소발생량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의 수산화리튬 추출 기술을 통한 탄소배출량 감소가 유의미하다고 평가한다.

 

이렇듯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외에도 ESS, 플라잉 카(Flying car), 로봇 등으로 배터리 적용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배터리 생애주기(Life-time)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BaaS(Battery as a Service) 플랫폼 사업 등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신규 사업도 개발 및 집중 육성키로 했다.

 

글 | SKinn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