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안전성이 미래 배터리 시장을 좌우한다” –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1’서 만난 SK이노베이션 이존하 Battery개발센터장
2021.06.16 | SKinno News

 

SK이노베이션 이존하 Battery개발센터장이 지난 6월 9일, 한국전지산업협회가 주관한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1’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더 배터리 컨퍼런스’는 6월 9일과 10일, 양일간 서울 코엑스(COEX)에서 진행됐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미래 배터리 시장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하고 업계의 비전과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배터리 업계 전문가들이 초빙됐다.

 

SK이노베이션 이존하 Battery개발센터장은 컨퍼런스 첫 날의 특별 연사로 초청돼 ‘Pouch形 배터리 경쟁력’을 주제로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력과 안전성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까지 전기차 약 250만 대에 탑재 가능한 배터리를 납품하는 동안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는 등 독보적인 안전성을 자랑하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그 핵심 기술과 비결을 SK이노베이션 이존하 Battery개발센터장에게 들어본다.

 

|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개발/생산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전기차를 운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안전입니다. 안전성은 굉장히 기본적이지만 어려운 부분입니다. 고객들은 더 좋은 성능의 전기차 배터리를 원하고, 완성차 업체들은 더 싼 가격의 배터리를 원합니다. 배터리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이 모든 것을 충족할 수는 없다보니 여러가지 방법을 고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소비자 안전이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2억 7천만 개 정도의 배터리 셀(전기차 약 250만 대 분량)을 출하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화재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이 정도의 납품량에도 화재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원인을 한 번 짚어보자는 의미에서 SK이노베이션은 스스로 제작한 배터리를 분석해보는 ‘셀프 벤치마킹’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론을 바탕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배터리에서 화재가 나는 원인은 크게 개별 셀 관점과 이 셀을 3백 개에서 4백 개 정도 묶어둔 배터리 팩 관점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개별 셀 차원에서 말씀드리자면 ‘내부 단락’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배터리 셀 안에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이 있습니다. 이 중 양극과 음극이 직접적으로 접촉하면 강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 화재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내부 단락’이라고 합니다.

 

이 내부 단락은 얼라인먼트(Alignment) 불량, 분리막 부재, 금속 이물 유입, 내부 변형, 분리막 손상이라는 다섯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를 하자면 배터리 내부에는 종잇장처럼 사각형 형태의 양극, 분리막, 음극이 반복적으로 쌓여 있습니다. 이 종잇장을 쌓는 과정이 정교하게 이뤄지지 않아 만약 양극 종잇장의 모서리 부분이 튀어나오거나 음극 종잇장이 말려 들어가면 화재가 발생합니다. 이를 ‘얼라인먼트(Alignment) 불량’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종잇장을 쌓는 과정에서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위치하는 분리막이 양극과 음극을 제대로 포개지 못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화재가 발생하게 되며, 이것을 ‘분리막 부재’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용접 과정에서 금속 이물질이 튀어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온이 금속에 달라붙어 자라나면서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이를 ‘금속 이물 유입’으로 봅니다.

 

앞서 배터리를 만들 때 양극, 분리막, 음극으로 된 종잇장을 반복해서 쌓는다고 말씀드렸었죠. 이는 파우치 타입 배터리이고, 다른 방식을 쓰는 배터리도 있습니다. 두루마리 휴지처럼 길게 양극, 분리막, 음극을 뽑아서 미리 겹쳐 놓고 손에 둘둘 말듯이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말다보면 손바닥 쪽은 평평하지만 손날 부위는 곡률이 생깁니다. 배터리를 사용하다보면 팽창이 일어나는데, 이 곡률 부분과 평평한 부분의 팽창 형태가 달라서 뒤틀리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뒤틀린 부분에 화학 반응이 집중적으로 일어나 뾰족한 결정이 쌓여 화재의 원인이 됩니다. ‘내부 변형’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마지막 화재 원인으로 충·방전 과정 중에 나타날 수 있는 ‘분리막 손상’이 있습니다. 주로 원통형 배터리에서 나타납니다. 충·방전을 반복하면 배터리 내부가 팽창하는데 원통형은 소재들이 촘촘하게 말려 있어 팽창할 때 분리막이 압력을 받게 됩니다. 이게 반복되면 분리막에 뚫려있는 미세한 기공이 서서히 변형돼 화재가 생길 수 있습니다.

 

 

| 그럼 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내부 단락을 일으키는 다섯 가지 화재 원인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형 배터리에선 내부 단락의 원인인 금속 이물 유입, 내부 변형, 분리막 손상이 일어날 확률이 비교적 낮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첫 번째, 두 번째 원인인 얼라인먼트 불량과 분리막 부재가 남게 되죠. SK이노베이션은 혁신적인 제조 기술을 사용해 이런 원인들이 발생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 혁신적인 제조 기술이라고 말씀 주셨는데, 어떤 기술이 사용되나요?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을 쌓을 때, SK이노베이션은 ‘Z 폴딩’ 기법을 사용합니다. 


앞서 잠시 설명드린 것처럼 일반적인 배터리 제조 방식은 색종이처럼 낱장으로 된 배터리 구성 요소를 양극-분리막-음극-분리막 순서로 반복해 수십 장을 쌓고 파우치 필름(케이스)으로 밀봉하는 형태입니다. 또는 길게 늘어뜨린 양극, 분리막, 음극의 구성 요소들을 순서대로 포개고 둘둘 말아 포장재를 씌우는 형태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정교하지 못하면 켜켜이 쌓인 양극, 분리막, 음극 모서리 끝부분이 들쭉날쭉하게 됩니다.

 

반면에 SK이노베이션이 사용하는 ‘Z 폴딩’은 분리막을 자르지 않고 길게 뽑아내, 양극과 음극을 한 번에 감싸는 방식입니다. 종이에 비유해 조금 더 쉽게 말씀드리자면, 두루마리 휴지(분리막)를 끊지 않고 길게 뽑아 휴지 위에 빨간 색종이(양극)를 얹고 색종이를 감싸는 형태로 휴지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덮는 거죠. 그 위에 파란 색종이(음극)를 얹고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다시 감싸는 과정을 지그재그(Z모양)로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분리막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지그재그로 오가며 완전히 포개는 형태로 감싸게 돼 양극, 음극이 완벽히 분리됩니다. 이로 인해 테두리(모서리) 부분에서 양극과 음극이 접촉될 수 있는 가능성을 현저히 줄일 수 있고 고속 생산 체계에서도 정밀하게 제작할 수 있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차량의 속력이 빨라질 경우엔 배터리 구성 요소의 정렬이 틀어질 수 있는데요. ‘Z 폴딩’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안전성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분리막을 포개는 형태로 제작하다보니 고속 생산 체제에서도 얼라인먼트 안전성이 뛰어납니다. 2009년에 비해 현재 배터리 공정에서 생산 속도가 2.3배 빨라졌는데,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 SK이노베이션이 지난 6월 9일부터 11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서 선보인 차별화된 배터리 기술력(왼쪽부터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 Z폴딩, 열확산 안전성)

 

|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SK이노베이션 배터리의 독자적인 핵심 기술 중 하나로 ‘분리막’이 꼽힙니다. 분리막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려 주신다면?

 

배터리 셀 내부에는 양극과 음극 수십 장이 쌓여 있습니다. 앞서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 강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었죠. 이처럼 화재의 원인이 되는 내부 단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양극과 음극 사이마다 ‘분리막’이라는 필름이 들어가 둘 사이를 갈라놓는 역할을 하는데, 동시에 분리막은 배터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합니다. 이 때문에 분리막에는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정도의 미세한 구멍이 나 있습니다.

 

분리막은 얇을수록 배터리 성능을 좋게 합니다. 이온이 활발하게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할 수 있어서죠. 이온 이동이 쉬우면 배터리 출력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충전 속도도 빨라집니다. 다만, 얇은 분리막은 열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배터리가 과열되면 얇은 분리막은 쉽게 쪼그라들게 되고, 이로 인해 양극과 음극을 막아서는 역할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얇고 튼튼한 분리막을 만드는 게 관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SK이노베이션 분리막만의 차별점은 무엇인지요?

 

SK이노베이션은 정보전자소재 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제작하는 고품질 분리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분리막 기술의 핵심은 ‘축차연신’과 ‘CCS코팅’으로 압축되는데요.

 

먼저 ‘축차연신’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독자기술로, 점도 높은 반죽 형태의 분리막 원료를 얇은 필름 형태로 펼치는 공법입니다. 반죽을 폭 방향으로 한번 잡아당긴 후 길이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원리죠. 양방향에서 모두 반죽을 늘리는 정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분리막 두께를 균일하고 정교하게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분리막 시장의 선구자인 일본 기업들을 제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축차연신’입니다.

 

두 번째로는 CCS(Ceramic Coated Separator) 코팅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미세한 세라믹 돌가루를 분리막에 얇게 펴바르는 기술이죠. CCS 코팅을 거치고 난 분리막은 형태가 쉽게 변형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 압력에도 잘 견디고, 열에도 수축되지 않아 배터리 화재를 막아줍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은 2007년부터 글로벌 메이저 배터리 제조사들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판매한 분리막 면적만도 22억m2에 달합니다. 서울, 울산, 대전을 통째로 덮을 수 있는 분량이에요.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전 세계 분리막 시장에서 1위로 거듭나는 동안 납품한 분리막이 적용된 배터리에선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점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 분리막이 배터리 업체들로부터 각광받는 이유입니다.

 

이런 기술력이 모여 SK이노베이션이 1회 충전에 700km를 달릴 수 있고, 단 15분 만에 충전되는 고출력 배터리를 개발하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비결이 된 것이죠. SK이노베이션은 현존하는 고(高)니켈 배터리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습니다. 니켈 비중을 80% 수준으로 높인 NCM8 배터리를 2016년 세계최초로 개발하고 2018년 세계최초로 양산해 납품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니켈 비중을 90% 수준으로 높인 NCM9 배터리도 지난 2019년, 세계최초로 개발했습니다. NCM9 배터리는 내년 포드의 첫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셀을 넘어 배터리 팩에서도 화재 방지를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기술인지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앞서 배터리에서 화재가 나는 원인을 개별 셀 관점과 배터리 팩 관점,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씀드렸었죠?

 

배터리 팩 차원에서 본다면, 배터리 팩의 화재를 방지하는 핵심은 ‘열확산 안전성’에 달려 있습니다. 배터리 팩 내부에는 수백 개가 넘는 배터리 셀이 줄지어 놓여져 있습니다. ‘열확산 안전성’이란 이처럼 팩 내부에 나란히 배치된 셀들 사이에서 일부 셀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주변 셀로 열이 번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지를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에서는 전기차 탑승객이 탈출하는 데 필요한 최소 시간을 5분으로 보고, 일부 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5분간 주변 셀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하는 규격을 정해둔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열확산 자체를 차단하지 못한다면 5분이 됐든 30분이 됐든 끝내는 화재가 발생하게 됩니다.

 

SK이노베이션은 ‘열확산 안전성’에 있어서도 독자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자체 제작한 E-팩은 실험을 통해 열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여 화재가 번지지 않게 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실제로 배터리 팩 중앙에 위치한 배터리 셀에 화재를 인위적으로 발생시키고 난 뒤, 약 30분만에 화재가 멈췄고 여전히 다른 배터리 셀은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열확산 안전성’을 구축하기 위해 화재를 방지하는 다른 물질을 넣을 경우 셀이 들어갈 공간이 부족해져 공간 효율과 에너지 밀도가 낮아지고 가격이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한 E-팩은 열이 번져나가는 것을 차단하면서도, 오히려 부품 수를 줄여 공간 효율을 높이고 가격까지 낮출 수 있어 더욱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지난 6월 9일,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1’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이존하 Battery개발센터장

 

| 마지막으로, 미래 배터리는 무엇이 좌우하게 될지요? 이를 위한 SK이노베이션의 차세대 배터리 방향도 궁금합니다.

 

배터리 업계의 미래는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등의 형태적 제약보다는 ‘안전성’이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밀도와 급속충전 성능을 높이는 기술에 이어 향후 배터리 경쟁은 결국, 안전성이 중심이 될 것입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이미 확보한 독보적인 안전성 기술력에 새로운 열확산 안전성 기술들을 더해 향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겠습니다.

 

더불어 차세대 배터리와 관련해선 SK이노베이션은 기본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 및 연구소와 협업하여 계속해서 기술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좋은 기술이 될 지를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등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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