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SK종합화학, 고부가사업으로 ‘新성장동력·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는다
2020.03.23 | 윤진식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에 발 빠르게 나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진입 장벽과 수익성이 낮은 이른바 ‘범용제품’은 과감히 털고 新성장산업인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딥체인지(Deep Change)’ 실현을 위해서다. SK종합화학은 이러한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미래 新성장동력 창출은 물론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SK종합화학은 지난 3월 17일 열린 제3회 SK종합화학 이사회에서 자회사 SK펑셔널폴리머(SK Functional Polymer, SKFP)에 1억 4천 4백만 유로(한화 약 1천 9백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안건을 의결했다.

(*) 유상증자 : 신주를 발행할 경우 그 인수가액을 현금이나 현물로 납입시켜 신주자금 또는 재산이 기업에 들어오는 경우를 말한다. – 출처 : 한경 경제용어 사전

 

SK종합화학에 따르면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지난해 인수를 결정한 프랑스 화학기업 아르케마(Arkema)社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을 인수한데 따른 인수자금 및 초기 운영자금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또한,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을 영위했던 인도/말레이시아 지역에서의 성공적인 현지 아르케마社 사업자산 인수와 글로벌 지역별 통합 마케팅 등 시너지 창출을 위해, SK종합화학 본사 산하 지점(Branch)을 인도, 말레이시아에 각각 설립하겠다는 안건도 의결했다.

 

지난해 10월, SK종합화학은 아르케마社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부를 3억 3천 5백만 유로(한화 약 4,392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내달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면 SK종합화학은 프랑스 내 3개의 폴리머 생산시설과 패키징 관련 4개 제품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고부가가치 패키징 시장 진출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SK종합화학은 내열성 폴리에틸렌을 생산해 판매하던 중국 ‘SK 골든 타이드 플라스틱’과 스페셜티 화학법인이었던 중국 ‘SK 화론 스페셜티 케미칼’의 지분을 전량 처분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SK종합화학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회사를 범용제품 생산 기업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또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제품 생산에서 벗어나 SK종합화학만이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사업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란 해석이다.

 

현재 화학 기업들은 대부분 원유에서 분리한 ‘나프타(Naphtha)’에서 플라스틱, 섬유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기초유분을 만들어 판매한다. 이에 대해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명예교수는 “범용제품 비중이 높은 것은 한국 화학 산업·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고 설명한다. 결국 중국 기업들이 범용제품 생산을 위한 대규모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기초유분 가격이 빠르게 떨어졌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 또한 업황 악화로 크게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SK종합화학은 지난 2017년, 패키징과 모빌리티를 차세대 성장 분야로 선정하고 우수 기술을 보유한 화학기업의 특정 사업부문 인수에 나섰다. 2017년 미국 다우듀폰社의 에틸렌 아크릴산(Ethylene Acrylic Acid, EAA)과 폴리염화비닐리덴(Poly Vinylidene Chloride, PVDC) 사업 인수에 이어 지난해 아르케마社의 폴리머 사업을 인수함으로써 패키징분야 기술력을 확보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음식을 감싸는 비닐이나 과자 봉지로 쓰이는 소재 등 패키징 제품은 열에도 잘 견뎌야 할 뿐 아니라 수분을 차단하고 오염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기능의 소재를 붙일 수 있는 접착제가 필요한데 현재 이를 생산하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다우듀폰’과 ‘미쓰이’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도 생산업체가 전무한 만큼 한국 기업들은 고기능성 폴리머 소재를 100% 해외 수입에 의존해왔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다우듀폰과 아르케마社의 사업부 인수를 통해 향후 SK종합화학이 생산하게 될 패키징 제품은 친환경 식품 포장재뿐 아니라 자동차 소재와 같이 안전성에 대한 요구가 높은 소재에도 사용될 것”이라고 말하고 “기술 내재화를 추진해 국내 접착 소재 및 플라스틱 산업을 비롯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고기능성 폴리머 제조에 이용하는 플라스틱 수지 시장은 지난 2016년 270억 달러(한화 약 32조 9,670억 원)에서 2021년 350억 달러(한화 42조 7,420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SK종합화학은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로 관련 분야에서 고기능성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소재로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은 범용제품으로 분류되지만 SK종합화학은 강도를 크게 높인 ‘고결정성 폴리프로필렌(HCPP)’을 개발해 자동차 범퍼, 대시보드 등 자동차 내·외장재 제품으로 판매 중이다. HCPP는 기존 범용 제품과 비교했을 때 강도가 높아 사용량을 10%가량 줄일 수 있어, 중형차 한 대 기준으로 최대 10kg 경량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글로벌 10대 화학기업 도약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신사업에 뛰어들어야만 한다”며 “향후에도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전략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