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우리에겐 10년 넘게 축적해 온 제품 생산 노하우와 블렌딩 기술력이 있다.” –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CEO 서석원 사장 인터뷰
2019.07.25 | SKinno News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지난 2016년 10월, 환경 보호 등을 위해 2020년 1월부로 해상 연료유에 적용되는 황산화물 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해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제품 수출 및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이 같은 시장 움직임을 신규 시장 개척의 적기로 판단하고 국내 기업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운영 중인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를 확대를 통해 저유황중유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 2010년부터 싱가포르 현지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임차해 블렌딩용 탱크로 활용, 반제품을 투입해 저유황중유(LSFO)를 생산하는 ‘해상 블렌딩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임차한 선박(왼쪽)이 해상 블렌딩을 위한 중유를 다른 유조선에서 수급 받고 있다.

 

지난 7월 7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아∙태 지역 내 저유황유 공급을 확대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관련 업계와의 상생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독한 혁신’을 가속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국내 업계 최초로 실시하고 있는 ‘해상 블렌딩 사업’을 일 평균 약 2만 3천 배럴 수준에서 내년에는 9만 배럴까지 약 4배 확대할 계획이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서석원 사장을 만나 SK이노베이션의 IMO 2020 선제적 대응과 원유도입선 다변화에 대해 보다 자세히 들어 보았다.

 

01 | IMO 2020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SK이노베이션

 

Q1.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IMO 2020 선제적 대응의 리딩 플레이어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만의 강점이 있다면?

A>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강점은 해상유, 벙커유 비즈니스 트레이딩을 지난 2007년 정도부터 시작해 경험이 많다는 점입니다. 초기에는 싱가포르에서 HSFO(High Sulfur Fuel Oil, 고유황중유) 물량을 벙커유로 만들어 해상급유 하는 비즈니스를 진행했으며, 이후 황함량 0.1% 수준의 해상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HSFO부터 ULSFO(Ultra Low Sulfur Fuel Oil, 황함량 0.1%의 저유황중유)까지 만든 그간의 경험으로 축적해온 제품 생산 노하우, 블렌딩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선사 등 고객들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이미 10년 이상 벙커유와 관련한 품질 등을 실제 싱가포르 등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IMO 2020에 대응하기 위해 만드는 것은 황함량 0.5%인 VLSFO(Very Low Sulfur Fuel Oil)제품인데요. 고객(선사)을 많이 확보한 상태에서 연료유 규격 스위칭에 따라 해당 제품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Q2. 업계에서는 VLSFO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올해 4분기부터 VLSFO에 대한 수요가 발생할 것이며, 내년 1분기에는 더 커질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리고 내년 3, 4분기에 접어들게 되면 VLSFO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것이며, 부족한 수요는 MGO(Marine Gas Oil)쪽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MGO와 VLSFO의 시세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후속 반응이 공급 쪽에서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VLSFO의 가격 상승은 설비 증설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맞춰질 때까지 진행될 것이고, 이로 인해 MGO로 전이됐던 수요가 다시 VLSFO로 이동할 것입니다.

 

Q3. SK이노베이션이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 외 IMO 2020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SK 울산Complex(이하 SK 울산CLX)에 신설하고 있는 VRDS(**)에서는 어떤 제품들이 생산되는지요?

A>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는 VRDS 신설 사업에 약 1조 원을 투자, 2017년 11월부터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9월에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VRDS를 통해 VLSFO가 일 3만 7천 배럴 생산되게 되며 그 외에도 LPG, 나프타(Naphtha), 경유 등이 나오게 됩니다. SK 울산CLX의 VRDS의 상업생산은 늦어도 내년 2분기 내에 이뤄질 계획입니다.

(**)VRDS(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 감압잔사유탈황공정) : 감압증류장치의 감압 잔사유(VR, Vacuum Residue)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

 

Q4.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친환경설비인 스크러버*** 설치에도 앞장서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 부탁 드려요.

A>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환경 규제로 인한 변화에 맞서 새로운 산업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자 지난 3월,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정부 기관과 현대상선과 같은 조선∙기자재업계와 함께 ‘친환경설비(스크러버)설치 상생펀드 조성’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총 19척의 선박에 스크러버를 장착할 계획이며 또한, 중소 업체를 발굴해 함께 스크러버 장착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중소업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 관련 산업의 성장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 스크러버(Scrubber): 선박용 황산화물을 저감하는 장비. 바닷물을 이용해 선박에서 나오는 황산화물을 정화함

 

▲ 지난 3월 진행된 ‘친환경설비 설치 상생펀드 조성’ 업무협약 체결식(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서석원 사장)

 

02 | SK이노베이션의 원유도입선 다변화

 

Q5. SK에너지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미국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을 제재하는 등 이란發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 원유 수입량을 늘릴 계획이 있는지요?

A> SK이노베이션 계열 사업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석유사업은, 말씀 주신 것과 같은 지정학적 이슈(Geopolitical issue)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요. 저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적인 학습 조직을 구성해 운영 중에 있으며,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세션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산 원유 관련해선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가 현재 한 달에 약 4백만 배럴을 도입하고 있는데요. 가격 경쟁력만 있다면 미국 셰일 유전의 초경질원유(Ultra light oil)뿐만 아니라 멕시코만에서 생산되는 중질 원유 도입 확대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Q6. 미국산 원유에 대한 테스트를 많이 하시나요?

A> 미국의 셰일 오일은 유통 과정이 다양해 이에 대한 학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원유 성상(性狀)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고, 사후에 재분석을 하는 것인데요. 현재는 미국산 원유에 대한 노하우를 쌓는 학습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Q7. 학습 기간이 끝나면 미국과의 기간제 계약(term contracts)이 가능하게 될까요?

A>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국산 원유의 다양한 유형과 품질에 대해 이해하게 돼 신뢰를 갖게 되고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기간제 계약을 고려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Q8. SK이노베이션은 미국산 원유뿐 아니라 다양한 유종을 들여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 같은 유종 Flexibility에 대한 리스크를 SK이노베이션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나요?

A> SK이노베이션이 해외에서 1년에 들여오는 원유는 3~40여 종이 넘으며, 전세계 300여 종의 원유를 분석해 데이터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은 원료 구매, 설비 가동, 제품 믹스 등 다양한 영역의 최적화 작업을 매달 Planning을 통해 진행하며, 이를 바탕으로 고정된 최적 원료를 구매하게 됩니다.

그러나 시장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SK이노베이션은 시장의 동태적인 변화까지 감안한 최적의 원료 구매 리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툴(tool)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Q9. 말씀하신 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신다면?

A> ’동태적 옵티마이제이션 시스템’이라 부르며, 시나리오를 집어넣어 최적의 원유를 사오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차별화된 경쟁력인 이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데이터 과학자와 옵티마이제이션 관련 박사급 인재들로 구성된 Optimization & Analytics 조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Q10. 마지막으로, 국내 정유업계가 미국 원유 도입 협상력을 강화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구매자 우위 시장(Buyer’s Market)’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앞서 SK에너지가 한 달에 약 4백만 배럴에 해당하는 미국산 원유 구매자라고 말씀 드렸었는데요. 이처럼 우리나라는 미국산 원유를 많이 수입하고 있습니다.

쉘(Shell) 등 미국의 메이저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원유 생산량을 상당히 늘릴 가능성이 높은데요. 증가된 생산량만큼 수출이 될 경우, 현재는 아시아 구매자(Buyer)들이 미국 시장에서 원유를 사오지만 물량이 늘어나게 되면서 미국 판매자(Seller)들이 아시아로 원유를 가지고 와 판매해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봅니다. 즉, ‘구매자 우위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관련 스토리